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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맘대로! 영상기록장치 논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0-03-08 2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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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영상 유출 인권침해 소지, 사고시 불리하면 분실 발뺌
교통사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영상기록장치(일명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택시가 늘고 있는 가운데 차 안을 촬영한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마구 유포되는가 하면, 이 장치가 실제 사고 조사과정에서 택시기사들에게 유리하도록 악용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블랙박스 설치와 관련된 법적 규제를 새로 마련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택시업계의 영상기록장치 보급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법인택시 2만2772대에 설치를 마쳤고, 올해는 개인택시 4만9521대에 영상기록장치를 장착할 계획이다. 경기도·인천시는 이미 택시 전체에 영상기록장치 장착을 완료했으며 대부분 시·도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전국 택시 25만대 중에서 약 17만대, 70% 정도가 사고영상을 기록하는 눈을 갖게 된다.

택시 룸미러 옆에 설치하는 영상기록장치는 운전 도중 급브레이크나 추돌 등 일정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전후 30초 영상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영상기록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책임소재를 둘러싼 시비를 줄이고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최근 택시기사 일부가 '2채널(실내·외의 음성과 영상 동시 촬영) 블랙박스'가 촬영한 승객의 모습 동영상을 온라인상에 올리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택시승객 진상녀'란 동영상의 경우 사적인 통화내용은 물론 옷차림과 목적지까지 고스란히 노출됐다.

한 택시기사는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구토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손님을 향해 'xxx년', '재수 없는 xx'처럼 인신공격성 자막을 붙인 동영상을 유포하기도 했다. 택시 기사들이 회원 가입을 많이 하는 한 비공개 카페엔 '이런 x조심해라.'며 승객의 얼굴을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채 올리면서 개인 신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 때문에 택시 안 촬영이나 승객 목소리 녹음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블랙박스 기기를 설치하는 경우는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상기록장치 등장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법적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일부 택시기사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에서는 메모리카드를 분실했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영상기록장치의 도입 취지가 퇴색해지고 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영상기록장치의 메모리카드를 빼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택시기사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에서는 메모리카드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 일선 경찰의 이야기다.

한 경찰관은 "간단한 기계조작만으로도 쉽게 메모리카드를 빼내 숨길 수 있고 당사자가 정말로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면 이를 증거인멸로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차량 1대당 들어가는 영상기록장치의 평균 비용은 13만7000원이다. 이 중 절반은 국가에서 지원되고 있다. 영상기록장치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아까운 국가 세금만 낭비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영상기록장치의 악용사례에 당황하는 눈치다. 현재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부분 시·도 조례에는 영상기록장치에 관한 취지와 지원 근거만 마련돼 있을 뿐 이런 악용사례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다.

경찰 관계자는 "메모리카드를 제시하지 않으면 증거인멸의 사유로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블랙박스에 잠금장치를 걸어두고 경찰의 동의하에 메모리카드를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 전문가들은 "택시 영상기록장치 도입이 지자체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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