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던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의 시행 목표가 2027년 하반기로 변경됐다.
경찰청이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던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의 시행 목표가 2027년 하반기로 변경됐다. 사진은 차량들이 정체를 빚고 있는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 교통일보 자료사진.
경찰청의 현재 도입 목표는 2027년 하반기다. 2021년 연구개발 계획 당시 목표였던 2025년보다 늦춰졌다. 경찰청은 현재 진행 중인 운전능력 평가 시범운영 결과를 제도 도입에 활용할 계획이다.
조건부 면허는 운전자의 신체·인지 능력에 따라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등 안전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다. 75세 이상 고위험 운전자를 우선 대상으로 검토하고, 이후 치매 등 뇌 질환 운전자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경찰청은 2022년 4월 조건부 면허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서울대 컨소시엄과 함께 운전능력 평가시스템과 면허 조건 부여 기준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연구개발은 2024년 12월까지 진행됐다.
정부는 2024년 5월 20일 발표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 도입 검토를 포함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내용이 고령자에 대한 운전 제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동권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이튿날 경찰청과 국토교통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조건부 운전면허는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도 검토 대상도 단순한 연령 기준이 아니라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고위험 운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개발을 마친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12월 실차 평가시설 1곳과 가상현실(VR) 평가시설 19곳에 운전능력진단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2월부터는 이를 활용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시범운영은 75세 이상 교통안전교육 대상자 가운데 참여를 희망하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평가 결과가 면허 취소나 정지 등 행정처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운전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 운전자에게는 면허 자진반납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경찰청 운전면허계 김동주 계장은 지난 2월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범운영이 시작될 당시 운전능력 평가 데이터를 객관화·표준화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도로교통공단 김희중 이사장은 “국민 교통안전과 고령·교통취약자의 이동권 간 조화를 위해 경찰청과 합동으로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올해 2월 발표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 2027년 조건부 면허 제도와 연계해 치매 환자의 운전 관리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경찰청이 제시한 조건부 면허 도입 목표와 같은 해다.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면허 소지자도 급증
지난 12일 오전 11시 50분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사거리에서 90세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앞서가던 오토바이와 택시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4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고 택시 운전사 등 2명이 다쳤다.
광진경찰서는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음주나 약물 복용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해 제동장치 이상 여부를 포함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이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했던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의 시행 목표가 2027년 하반기로 변경됐다. 이미지는 교통일보 자료사진을 AI의 도움을 받아 이미지로 처리함.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5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4만5,873건으로 전년 4만2,369건보다 8.3% 증가했다. 사망자도 761명에서 843명으로 10.8%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는 3만1,841건에서 4만5,873건으로 44.1%, 사망자는 709명에서 843명으로 1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가 4.5%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전체 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15.7%에서 23.7%로 높아졌다.
다만 사고 증가에는 고령 면허 소지자 수의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21년 401만6,538명에서 지난해 563만2,818명으로 40.2% 증가했다. 전체 면허 소지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9%에서 16.1%로 상승했다.
면허 소지자 1만 명당 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79.3건에서 81.4건으로 약 2.7% 증가했다. 전체 사고 건수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면허 소지자 기준 사고율은 실제 운전 빈도와 주행거리를 반영하지 않아 운전자 개인의 위험도를 직접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아주대학교 연구에서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과 면허 소지자 1만 명당 사고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교통안전학회지에 발표된 서울 지역 분석에서는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소지자 대비 사고율이 0.77%로, 65세 미만 운전자의 0.47%보다 약 64% 높았다. 다만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어서 전국적인 위험 수준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대형 사고 운전자 3명 모두 75세 미만
2024년 7월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서는 68세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차량 2대를 들이받고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잘못 밟은 과실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했다. 1심은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고, 2심은 금고 5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2025년 12월 4일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해 12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는 74세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시장으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법원 판단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76.5km였다.
운전자는 사고 약 1년 전인 2023년 11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으나 수개월 뒤 스스로 중단했다. 사고 직후에는 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올해 4월 23일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13일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는 67세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시장 통로를 약 150m 돌진해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운전자는 기어를 후진에 둔 상태로 차량에서 내렸다가 차가 움직이자 다시 올라타는 과정에서 가속페달과 기어를 잘못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자가 설치한 페달 블랙박스 영상도 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올해 6월 8일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세 사고 운전자의 나이는 각각 68세, 74세, 67세였다. 모두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면허 갱신 관련 의무 교육·인지기능 평가 대상 연령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다만 75세 미만 운전자도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수시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어, 연령만으로 모든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세 사고의 발생 원인과 인지기능 저하 사이의 관계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시청역과 부천 사고에서는 법원이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인정했고, 깨비시장 사고에서는 운전자의 인지기능 관련 질환 진단 이력이 확인됐다. 이들 사례는 연령 기준에 따른 검사 대상 범위와 개별 운전능력 평가 문제를 함께 보여준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보급…인증기준은 시속 30km 이하
차량에 페달오조작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페달 오조작 의심 사고 567건을 분석한 결과, 연간 사고 건수는 66건에서 153건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15명에서 51명으로 3.4배 늘었다.
분석 대상 사고 중 60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는 400건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이 연령대 사고의 사망자는 132명으로 60세 미만 운전자 사고의 사망자 28명보다 약 4.7배 많았다.
사고 1건당 사상자도 60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2.8명으로 60세 미만의 2.1명보다 약 33% 많았다. 다만 이 분석은 언론 보도에 등장한 사고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전국의 전체 페달 오조작 사고 발생 통계와는 구분해야 한다.
정부는 페달 오조작 사고 예방을 위해 방지장치 보급과 성능 인증, 신차 의무 장착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해 2월 24일부터 65세 이상 택시·1.4t 이하 화물차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3,260대 보급사업을 시작했다.
대상은 법인택시 1,360대, 개인택시 1,300대, 화물차 600대다. 장치 가격은 대당 약 40만 원으로, 법인사업자는 20만 원, 개인사업자는 32만 원을 지원받고 자부담은 각각 20만 원과 8만 원이다. 국토부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출연한 사업 예산은 10억 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미애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 기준 장치 장착 실적은 2,528대로 전체 계획의 77.5%였다. 선정 이후 장착을 완료하지 못한 차량은 477대였으며, 사고 예방 효과에 대한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장치의 성능 기준도 마련됐다. 지난 8월 27일부터 시행된 튜닝부품 인증기준에 따라 성능시험을 통과한 장치는 별도의 튜닝 승인 없이 정비업체에서 장착할 수 있다. 일반 자가용 운전자는 국토부 보급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장착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인증기준은 차량이 정지해 있거나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할 때 가속페달 오조작을 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속페달을 0.25초 이내에 90% 이상 밟는 경우를 오조작 조건으로 설정했으며, 이를 감지하면 속도를 30% 이상 낮추고 시각·청각 경고를 제공하도록 했다.
시청역 사고 차량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7km였고, 깨비시장 사고 차량은 시속 76.5km로 조사됐다. 부천 사고 차량은 약 150m를 돌진했으나 정확한 속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사고 당시 최고 속도와 방지장치가 개입할 수 있는 최초 작동 속도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해당 사고에서 오조작이 시작된 시점의 차량 속도와 장치의 작동 조건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현행 인증기준에 따른 장치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요한 수석연구원은 “인구 고령화로 고령 운전자가 급증하는 만큼 시장 전체를 견인할 대규모 보급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출발 단계의 가속 억제뿐 아니라 주행 중 페달 오조작을 제어하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23일 승용차는 2029년 1월 1일부터, 3.5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는 2030년 1월 1일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이미 등록된 차량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운행 차량이 약 2,600만 대에 이르는 가운데 기존 차량은 별도의 장착사업이나 자발적인 설치를 통해 장치를 보급해야 하는 구조다. 다만 입법예고된 의무화 일정은 최종 공포 여부에 따라 확정된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올해 4월부터 2029년까지 최대 150억 원을 투입하는 ’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및 평가 기술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목표는 관련 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국회 관련 법안 발의…제도화 논의 진행 중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23일 승용차는 2029년 1월 1일부터, 3.5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는 2030년 1월 1일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래픽=AI 활용.
국회에서도 조건부 면허와 고령 운전자 안전관리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복기왕 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면허를 부여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치를 장착한 운전자의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를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복 의원은 “생계형 고령운전자가 상당수인데 실질적 대책 없이 반납만 권유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법안의 신속한 심사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7월 보도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진종오 의원은 지난해 2월 12일 정기·수시 적성검사에 모의도로주행과 인지기능 검사를 포함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성준·김병기·한지아 의원도 2024년 고령 운전자의 첨단 안전장치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교통안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강명구 의원 등 10명은 올해 6월 22일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과 면허 범위 축소에 국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국회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법안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법안별 처리 상황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동권과 안전관리 사이…농촌·생계형 운전자 문제도 쟁점
조건부 면허 도입 과정에서는 고령자의 이동권과 교통안전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돼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는 65세 이상 농업인 면허 소지자의 94.8%가 생업에 차량이 필요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납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분석에서도 농촌 지역의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까지 대중교통 이동시간이 길수록 고령자의 면허 반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면허 반납률이 높고 교통사고의 사회적 비용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생계형 운전자 문제도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운수업 종사자 81만4,737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20만5,846명으로 약 25%를 차지했다. 택시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63세로 집계됐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고령자 취업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조건부 면허제도가 일으킬 수 있는 파장이 크다”고 말했다.
제도 관련 업무도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경찰청은 운전면허 관리를, 국토부는 차량 안전기준을, 보건복지부는 치매 관리를 담당한다. 다만 이동권 문제와 부처별 업무 분담이 실제 도입 목표가 달라진 데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면허 자진반납률 5년째 2%대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률은 2021년 2.09%, 2022년 2.57%, 2023년 2.38%, 2024년 2.22%, 2025년 2.51%였다. 최근 5년 동안 매년 2%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자진반납자는 약 14만 명으로, 고령 면허 소지자 100명 가운데 2~3명 정도가 면허를 반납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최대 50만 원을 지원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4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충남 천안시에서 면허를 반납한 사람 가운데 실제 운전자는 16.9%였다. 면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운전하지 않는 사람도 반납 지원을 받는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실제 운전 여부를 지원 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운전 사실을 증명하는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최대 50만 원을 지급하며, 부산 연제구는 실제 운전을 입증하면 현금 3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자진반납의 사고 감소 효과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215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패널분석에서는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하면 연간 교통사고가 0.0118건 감소하고 사회적 비용은 42만 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연구는 일회성 지원금의 한계와 농어촌 지역의 대체 교통수단 부족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음주운전 재범자는 조건부 면허 법제화…고령 운전자는 시범운영
서울 서대문구청 민원실에 마련된 고령 운전면허 자진반납 접수 창구 모습. 2026.01.05. 연합뉴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이미 특정 운전자에게 안전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면허를 부여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제80조의2는 5년 이내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결격 기간을 마친 뒤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한 차량만 운전하도록 규정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운전자의 호흡을 분석해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와 차량 제어장치, 운행기록 저장부, 카메라 등으로 구성된다. 관련 법률은 2024년 10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최초 적용 대상자가 발생하는 시점은 올해 10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장치 관련 의무를 위반하거나 대리 측정에 관여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는 반복적인 법 위반 이력을 기준으로 적용 대상을 정한다. 반면 고령 운전자의 운전능력 저하는 개인별 신체·인지 능력 평가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고령자 대상 조건부 면허는 아직 시범운영과 입법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안전장치 차량 한정면허…독일은 개별 사유로 심사
해외에서는 운전자의 능력이나 차량의 안전장치에 따라 운전 조건을 달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5월 13일부터 ’서포트카 한정면허’를 도입했다. 자동긴급제동장치와 페달 오조작 억제장치 등을 갖춘 차량만 운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허용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면 벌점 2점과 7,000엔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다만 이용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취득자는 2024년 9월 기준 14명이었고, 2026년 7월 기준으로는 114명이었다.
일본은 75세 이상 운전자 가운데 일정한 교통위반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면허 갱신 시 실차 운전기능검사도 의무화했다. 검사에 합격하지 못하면 면허를 갱신할 수 없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9월 기준 이 검사 응시자 약 15만 명의 합격률은 93%였다. 높은 합격률을 두고 검사 변별력에 관한 논란도 제기됐다.
독일은 일반 승용차 운전면허에 대해 연령만을 기준으로 정기적인 의료검사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교통법규 위반이나 건강 이상 등 구체적인 사유가 발생하면 면허 당국이 의료검사나 의학심리 평가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대형차 운전면허에는 별도의 의료검사 규정이 적용된다.
2027년 하반기 목표…평가기준·입법 일정 공개 안 돼
경찰청이 제시한 조건부 면허 도입 목표는 2027년 하반기지만, 실제 제도 시행에 필요한 운전능력 평가 기준과 관련 법령 정비 일정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80조와 시행규칙 제54조에는 운전면허에 조건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다만 인지기능 저하를 이유로 운전 시간대나 도로 종류를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려면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평가 기준,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현재 시범운영에서는 평가 결과가 면허 취소나 정지 같은 행정처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향후 평가 결과를 조건부 면허 발급과 갱신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차량 안전장치 분야에서도 보급사업과 신차 의무화, 기술 개발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의 인증기준은 정지 상태와 시속 30km 이하 주행을 대상으로 하며, 입법예고된 신차 의무화는 2029년 이후 적용될 예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연령이 아닌 신체·인지 능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운전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과 첨단 안전장치를 갖춘 차량에 한해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대체 교통수단 확충 역시 함께 검토할 과제로 꼽았다.
경찰청의 조건부 면허 연구개발은 2024년 말 끝났고, 운전능력 평가 시범운영은 올해 2월 시작돼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편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2021년 이후 4년 새 44.1% 늘었다.
제도 도입을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보급사업과 기술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초 도입 목표가 변경된 경위와 연구개발 결과, 관계 부처 협의 내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도입 목표가 2021년 보도의 2025년에서 2027년 하반기로 달라진 경위와 연구개발 최종 결과, 시범운영 실적, 관계 부처 협의 내용은 후속 취재에서 확인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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