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단독]"KTX 박위 잘못 아냐"…전장연 대표, 교통약자 이동권 현실 짚다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6-09-04 16:27:57

기사수정
  • "리프트 자체가 문제"…KTX·지하철 엘리베이터 현실 짚어
  • 시외버스 탑승 차량 전국 한 대도 없어…지방 이동권 더 열악
  • 서울 콜택시 최대 5시간 대기·저상버스 100% 약속 미이행

지난달 14일 전신마비 장애인 유튜버가 KTX에서 휠체어로 하차하다 낙상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개인의 실수인지, 구조의 문제인지를 따지는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애인 이동권 운동 25년의 한가운데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만났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1983년 사고로 장애를 입은 뒤 1993년 노들장애인야간학교를 세웠고, 2001년 오이도역 참사를 계기로 이동권 운동에 뛰어들어 25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전장연이 2021년 12월부터 73차례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한 직후인 9월 2일, 박 대표를 만났다. 지하철 시위는 지난달 24일 멈췄지만 매주 수요일 버스 탑승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인터뷰는 지하철 너머 버스·택시·KTX·시외버스까지, 장애인 이동의 현실 전반을 짚었다.


-박위가 드러낸 KTX와 지하철 엘리베이터 문제


지난달 전신마비 장애인 유튜버 박위가 KTX에서 휠체어로 하차하다 낙상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도움을 주던 사회복무요원의 실수인지, 장애인 이동 환경의 구조적 문제인지를 따지는 공방이 이어졌다. 장애인 이동권 운동의 한가운데 있는 박 대표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그가 말했다. "박위 씨가 잘했다 못했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리프트 자체가 문제였어요."


박 대표는 사고 원인을 두 층위로 짚었다. 첫째는 현장 지원 인력의 훈련 문제다. "경사로 옆에 손으로 잡아서 고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게 있어요. 거기를 잡아야 하는데 발을 경사로 위에 올려두면 안 됩니다. 훈련의 문제일 수 있어요." 


둘째는 리프트 규격 자체다. "경사로의 각도가 장애인 편의증진법에 정해져 있는데, 규격에 제대로 맞지 않고 있어요. 경사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경사가 높지 않았으면 공익 근무하시는 분도 발을 올리지 않았을 거고,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전장연 차원에서 KTX 경사로가 편의증진법 기준을 실제로 넘는지 직접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위 영상이 드러낸 문제는 KTX에서 그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우선순위 문제도 꺼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과 노약자가 우선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노인분들도 굉장히 많이 쓰시고, 유모차나 여행 짐을 끌 때도 다들 엘리베이터를 타거든요. 이용률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그는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규모가 큰 역사에는 엘리베이터를 두 개 이상 설치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역사마다 이동선의 엘리베이터를 계획하고 실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 이동은 어떨까


서울 밖에서 사는 장애인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모든 교통수단이 서울로 집중돼 있지 않습니까. 지방은 굉장히 열악해요." 서울에서는 지하철과 저상버스를 갈아타며 이동할 수 있지만, 지방 소도시에서는 그 선택지 자체가 없다.


박 대표는 시외버스 문제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리프트 문제다. "시외버스는 휠체어 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리프트가 준비된 차량이 전국에 한 대도 없습니다." 또 하나는 전용 공간 문제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해도 좌석을 떼고 휠체어 전용 공간을 마련해 안전벨트를 맬 수 있어야 한다. 리프트와 전용 공간,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하는데 시외버스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없다. "경북에서 시와 시를 이동하려면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가 없어요."


시외버스가 없으니 장애인 콜택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방의 대기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북은 12시간입니다." 서울도 최대 5시간이지만, 지방은 사실상 전날 예약이 필요한 수준이다. 거기에 지역 경계를 넘지 못하는 구조까지 더해진다. "강릉에서 삼척을 가려면 바로 못 가요. 동해에서 내려 또 불러 타고, 삼척에서 다시 내려 또 불러 타야 합니다. 한 번 갈 거리를 세 번 갈아타서 가게끔 구조화돼 있어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9월 2일 서울 종로구 전장연 사무실에서 교통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콜택시 5시간, 카카오택시는 탈 수도 없다


서울 사정도 녹록지 않다. 장애인 콜택시의 대기 시간을 박 대표는 숫자로 제시했다. "서울에서 오늘 특별교통수단을 부르면 최대 5시간 후에 잡혀요." 비장애인이 카카오택시를 부르면 평균 5분 안에 잡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5분과 5시간의 차이, 이게 가장 상징적인 것 아닐까요."


카카오택시 같은 플랫폼 택시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 "카카오택시도, 일반 택시도 탈 수가 없어요.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휠체어 탄 장애인은 기본적으로 타지 못합니다." 법적으로는 특별교통수단의 24시간 운행이 의무화돼 있지만, 야간에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80% 저상버스면 충분하지 않냐"는 반론에


서울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현재 약 80% 수준이다. 이에 대해 "충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대표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왜 기다려야 하죠? 서울시가 2025년까지 100%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다리고 안 기다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약속한 것조차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행정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죠." 비장애인은 타고 가는데 자신은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의 침해라고 그는 말했다. "명백한 차별입니다."


-서울 지하철, 그래도 좋아졌다


25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 지하철은 크게 달라졌다. 박 대표는 이를 인정했다. "혜화역에서 서울역까지, 25년 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이용을 못 했겠죠. 지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서 KTX까지 탈 수 있어요.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는 338개 전 역사 1역사 1동선 완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문제가 있다. 코레일 운영 역사는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단차와 간격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단차가 높고 간격이 큰 곳이 많아요. 휠체어 바퀴가 빠져서 넘어져 다치는 위험한 곳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경사로 설치를 역무원에게 요청해도 일상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인터뷰 말미,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게 만드는 것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나이 들고 힘없어지면 계단 없는 버스가 필요하고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필요해요. 그건 우리 모두의 미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과 운동의 방향은 2부에서 이어진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2.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3.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4.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5.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6.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7.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8.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9.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10. 오세훈 "버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야"…교통공사 정원 감축은 '시민 요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시내버스도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재확인했다.오 시장은 이 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와의 정원 협상이 쟁의 절차로 이어지는 상황과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