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청도 열차사고 1년, 규정은 바뀌었지만 현장은 그대로
  • 서철석 기자
  • 등록 2026-08-18 09:11:04

기사수정
  • 상례작업 24% 줄었지만 137㎞ 협소 보행로 여전…"밤샘 작업 피로 가중" 부작용도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경북 청도 무궁화호 참사 1년, 안전 규정은 강화됐지만 현장 인프라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8월 경부선 청도~남성현 구간 작업자 사상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9일 경북 청도군 경부선 선로에서 무궁화호 열차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당시 시설물을 점검하던 코레일 직원 1명과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이 선로를 따라 이동하다 달려오던 열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는 작업자들이 열차 진행 방향을 주시하며 이동해야 한다는 기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하청업체 근로자 6명 가운데 2명은 애초 작업계획서 명단에 없었는데도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례작업 대폭 축소…선로 규정 전면 개정


청도 사고에 이어 올해 서울 구로역에서도 작업자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코레일은 노조와 협의해 선로 작업 규정을 전면 개정했다. 핵심은 열차 운행 중 이뤄지던 상례 작업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선로에서 2m 이내 위험지역에서는 관제사 승인을 받아 열차 운행을 차단한 뒤에만 이동과 작업이 가능하다. 차단 범위도 작업 선로뿐 아니라 사고 위험이 있는 인접 선로까지로 넓어졌다.


위험지역 밖에서 열차 운행 시간대에 작업할 경우에는 작업자의 선로 진입을 막는 차단벽 설치가 의무화됐다. 기존에는 역장 승인만으로 열차 운행 중에도 일부 작업이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엄격해진 셈이다.


규정 강화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실이 코레일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례 작업 횟수는 2만3920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1615회 대비 24.3% 감소했다.


현장에서도 변화를 체감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열차 운행 시간대 작업을 가급적 피하고, 작업 일정을 짤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과 노조는 연말까지 새 규정의 실제 적용 상황과 효과를 함께 평가할 계획이다.


선로 출입 인원 관리 체계도 강화된다. 코레일은 2027년 7월까지 출입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작업계획서에 등록된 인원만 선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137㎞ 협소 보행로 그대로…"단기 해결 어려워"


반면 노후 철도 시설을 중심으로 실제 작업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경부선 전체 보행로 가운데 규정상 최소 폭인 0.7m에 못 미치는 구간은 137.6km에 달했다. 이는 전국 철도 노선 가운데 가장 긴 수치다.


사고가 발생한 청도 선로에는 곡선 구간에서 보행로가 더욱 좁아지는 지점이 여전히 다수 남아 있다. 여름철에는 선로 주변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작업자 이동을 방해하고 기관사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레일 역시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안전한 보행로 확보를 위한 실태조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모든 구간의 보행로를 넓히고 제초 작업을 꾸준히 시행하려면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해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차 차단 후 작업이 원칙으로 자리 잡으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작업이 밤 시간대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이다. 현장 인력 규모는 그대로인데 기존에 낮 시간대에 하던 작업까지 야간에 몰리면서 근로자들의 피로와 부담이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다.


형사재판 진행 중…추가 송치 사건도 검찰서 처리 중


사고 책임을 둘러싼 법적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대구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코레일 용역 설계 담당자와 하청 작업 책임자, 철도 운행 안전관리자 등 3명에 대해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추가 송치한 코레일 대구본부와 하청업체 관계자 4명에 대한 사건도 여전히 검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서철석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2.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3.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4.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5.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6.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7.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8.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9.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10. 오세훈 "버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야"…교통공사 정원 감축은 '시민 요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시내버스도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재확인했다.오 시장은 이 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와의 정원 협상이 쟁의 절차로 이어지는 상황과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