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정부가 대구 도심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신설 계획을 확정했지만 대구시는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을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대광위의 ‘제2차 간선급행버스체계 종합계획(2026~2030)’에 포함된 대구권 BRT 3개 노선도. 국토부 제공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대구 도심을 지나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 계획을 확정했지만, 대구시가 사업 참여를 거부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이 표면화됐다. 정부는 광역교통 서비스 강화를 위한 핵심 사업이라는 입장이지만, 대구시는 구도심 도로 구조에서는 실효성이 낮고 교통 혼잡만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광위는 지난 29일 공고한 '제2차 BRT 종합계획(2026~2030)'에 대구권 신규 노선 3개를 반영했다. 이번 계획은 전국 주요 도시에 BRT를 확대해 대중교통 경쟁력을 높이고 광역교통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사업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국비 5천3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38개 BRT 노선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버스 운행의 정시성과 수송 능력을 높이고, 도시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교통축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대구에 포함된 사업은 2027년부터 총사업비 582억 원을 들여 3개 노선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대상 구간은 대명~비산 노선(서부정류장역~북부버스터미널) 6.0㎞, 평리~신천 노선(서구청~옛 대구MBC) 6.5㎞, 아양신암로 노선(칠성교~입석네거리) 3.9㎞ 등 모두 16.4㎞다.
그러나 대구시는 해당 노선 대부분이 평소 차량 통행량이 많은 구도심 간선도로를 통과한다는 점을 들어 사업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심 교통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획이 수립됐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특히 대구 구도심은 도로 폭이 제한적인 데다 기존 차로를 다양한 교통수단이 함께 사용하는 구조여서 전용차로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신도시 개발 단계에서 넓은 도로를 확보한 세종시 등과는 여건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왕복 6차로 도로에 BRT 전용차로를 설치하면 일반 승용차가 이용할 수 있는 차로는 왕복 4차로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차량 통행 능력이 감소하면서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구시는 대명로와 평리로, 신암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 차로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차량 흐름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생활권과 산업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의 특성상 혼잡이 주변 도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지역 교통 전문가들도 이번 계획이 지역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구의 기존 도로 구조와 교통 흐름을 세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한 행정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대구시가 BRT 확대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이미 구축된 도시철도망도 자리하고 있다. 현재 도시철도 1·2·3호선이 운행 중이며 4호선 건설도 앞두고 있는 데다, 향후 5·6호선 계획과 광역철도인 대경선까지 추진되고 있어 대중교통 체계의 중심을 철도망으로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시는 이러한 교통 여건을 고려하면 버스 중심의 신규 간선망을 구축하기보다 도시철도 확충이 시민 수요에 더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제한된 도로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BRT보다 철도망 확대가 장기적인 교통 정책 방향과도 맞는다는 입장이다.
허준석 대구시 교통국장은 "정부 계획에 대구 노선이 포함된 것은 대중교통 활성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구도심 도로 특성상 기존 차로를 줄여야 하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 요구는 BRT보다는 도시철도 신설에 쏠려 있다"며 "BRT 추진 시 교통 정체와 시민 불편을 고려하면 정부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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