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맛없다'는 오명을 달고 다니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달라진다. 국토교통부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다단계 운영구조를 걷어내고 입점업체 임대료를 매출액 대비 33%에서 8~9%로 낮추는 운영 개편방안을 내놨다.
경기도 가평휴게소 전경. (사진=교통일보) 9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휴게소 음식값이 높았던 핵심 원인은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중간운영업체—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였다. 중간운영업체가 매출액의 평균 33%, 최대 51%를 수수료로 가져가면서 그 부담이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24년 도로만족도조사에서 응답자의 66.9%가 "휴게소 음식이 비싸다"고 답했다.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가 자회사를 내세워 최장 40년간 휴게소를 독점 운영하며 이익을 챙겨온 구조적 문제도 이번 개편의 배경이 됐다.
국토부는 전문 '공공관리회사'를 설립해 입점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운영체제를 전환한다. 공공관리회사는 2027년 초 출범 예정이며, 올해는 도로공사가 임시로 역할을 맡는다.
이번 개편으로 입점업체 평균 임대료는 매출액 대비 33%에서 8~9% 수준으로 내려간다. 관리비를 더하더라도 기존 수수료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달라지는 서비스도 구체적이다. 밤 10시면 문을 닫던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으로 전환되고, 도시락·김밥·컵라면 등 간편식 판매와 취식 공간도 갖춘다. 통신사 포인트 적립·사용과 1+1 할인 이벤트도 도입된다. 현재 평균 4800원인 아메리카노는 2000원 이하로 낮아질 전망이다. 전문 외식 브랜드와 지역 맛집도 입점해 이용자 선택폭이 넓어진다.
개편된 휴게소는 연내 전국 8곳에서 먼저 만날 수 있다. 도로공사는 7월 입찰 공고를 내고 12월부터 합천호(상·하행)·월출산(신설), 여주·군위·장유·대천(상·하행)(계약 종료) 등 8개소를 임시 운영한다.
국토부는 이권 카르텔 차단 조치도 병행한다. 도로공사 현직자와 퇴직 3년 이내 직원, 그 배우자·직계가족은 입점 입찰에서 배제된다. 도성회와 자회사는 휴게소 사업 참여가 전면 금지되며, 현재 운영 중인 6곳도 9월 30일까지 매각 공고를 내도록 도성회 정관을 개정한다.
이와 함께 도성회 자회사의 입찰 비위 의혹은 수사가 진행 중이며, 회원 수익금 탈세 의혹은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에 지친 국민이 편안하게 쉬어가는 공간이어야 하나, 수십 년간 굳어진 불합리한 구조 탓에 비싼 가격과 아쉬운 서비스라는 불편을 감내해야만 했다"며 "연내 개장하는 8개 휴게소를 시작으로 불합리한 구조는 과감히 혁파하고 그 자리에 오직 국민의 편익만 채워 휴게소를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