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소매가가 7차 석유 최고가격 인하 닷새 만에 리터당 72~73원씩 빠지며 2,000원 선이 1,800원대를 향해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의 한 휴게소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직원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 집계를 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은 6월 26일 2,006원에서 27일 1,996원, 29일 1,967원을 거쳐 7월 1일 1,934원까지 밀렸다. 경유도 같은 기간 1,997원에서 1,924원으로 내려앉으며 나란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값을 끌어내린 방아쇠는 6월 27일 0시부터 적용된 7차 최고가격이다. 산업통상부는 정유사 공급가 상한을 6차보다 리터당 150원 낮춰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정했다. 최고가격제 도입 뒤 일곱 차례 만의 첫 하향이다.
인하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락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로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늘면서, 6월 25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5달러로 6월 첫째 주보다 20달러가량 내려앉았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같은 기간 배럴당 휘발유가 116달러에서 97달러로 급락했다. 정부는 이 하락분을 소매가에 앞당겨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상한을 낮췄고, 그 효과가 곧바로 주유소 가격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판매가는 2,000원 초반대에서 더 내려 1,8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유소마다 기존 재고가 소진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체감 인하 속도는 지역과 주유소별로 엇갈릴 수 있다.
주유소 기름값 하락 추세 (생성형AI 도움)
정부가 경계하는 대목이 바로 이 시차를 악용한 '가격 인하 지연' 행위다. 산업통상부는 7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빅데이터로 추린 고위험 주유소 1,000여 곳을 겨냥해 불법석유 유통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점검은 산업부·기재부·국토부·공정위·경찰청·국세청·지자체·한국석유관리원이 참여하는 범부처 합동점검단이 맡는다. 표적은 가짜석유 유통과, 공급가 인하분을 소비자에게 넘기지 않는 '민생기만 불법행위' 두 갈래다. 불법석유 신고를 받는 오일콜센터(1588-5166)도 24시간 가동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7차례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하향 조정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생기만 불법행위 등은 용납될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석유 시장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주유소 기름값 안정은 전체 물가와 곧장 맞물린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는데, 24.7% 뛴 석유류 한 품목이 이 상승률의 0.93%p를 떠받쳤다. 전체 상승분의 약 29%에 해당하는 몫이다.
이와 관련해 재정경제부는 최고가격제가 6월 물가를 0.4%p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제도가 없었다면 상승률이 3.6%까지 올랐을 것이란 계산으로, 주유소 기름값을 누른 효과가 지표로 확인된 결과다.
관건은 이런 인하 흐름이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정부는 6개월 시행을 전제로 추가경정예산 4조2000억원을 잡았지만, 업계는 손실이 이미 3조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해 제도 지속의 재정 부담이 변수로 남아 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2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조치들이 실제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 중심으로 현장점검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