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지난해 무단횡단으로 숨진 234명 가운데 7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나, 고령층을 겨냥한 맞춤형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단횡단 금지를 알리는 버스정류장 안내표지판 (교통일보 자료사진)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횡단보도 밖 횡단 중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5,484건으로, 이 사고로 234명이 목숨을 잃고 5,378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549명의 9.1%에 해당하는 수치다.
무단횡단 사망자 234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166명으로, 전체의 70%를 훌쩍 넘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올해 1월 발표한 '2025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서도, 노인보행 횡단시간 적정성 시범조사 결과 횡단 신호를 지키지 않는 보행자 중 고령자 비율이 관측 기준 78.4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보행자가 차량과의 거리나 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빨리 건너려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이 2020년 실시한 연령별 보행 특성 분석 실험에서도 60세 미만은 차량이 평균 76.7m 접근했을 때 횡단을 포기했지만, 60세 이상은 64.7m까지 접근해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은 여전히 일상에서 흔히 목격된다. 같은 조사에서 무단횡단 금지 준수율은 73.44%에 그쳤다. 이 준수율은 2023년 74.60%, 2024년 74.66%에서 2025년 소폭 하락하는 등 3년 연속 70%대에 머물고 있다.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무단횡단 금지 준수율 (한국교통안전공단 '2025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로는 '도로 폭이 좁아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아서'가 38.6%로 가장 많았다.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어서'(24.2%),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19.8%), '급한 일이 있어서'(14.6%)가 뒤를 이었다.
법적으로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의 횡단이 모두 불법은 아니다. 도로교통법 제10조는 횡단보도·지하도·육교 등 횡단시설이 설치된 곳에서는 그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이런 시설이 없는 도로에서는 가장 짧은 거리로 건너는 것이 허용된다. 다만 횡단보도 위에서도 보행 신호를 무시하면 무단횡단에 해당한다.
무단횡단은 횡단보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다 숨진 보행자는 250명으로, 전체 횡단 중 사망자 484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 인근은 위험이 집중되는데, 2018년 학술지 '국토계획'에 수록된 연구에 따르면 해당 정류장 주변 보행자 사고 건수가 가로변 정류소의 5.4배에 달했다.
무단횡단 경험 빈도 (한국교통안전공단 '2025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사고가 났을 때 보행자의 과실이 크더라도 운전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구버스공제조합 사고 전문 담당 이용환 지부장은 "운전자에게는 전방 주시 의무가 있기 때문에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사고를 피하려고 노력했는지가 형사 책임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민사 소송에서의 손해배상 책임은 신호를 위반한 보행자의 과실이 더 크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단횡단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무단횡단 근절을 위해 보행자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령층에 대한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교육과 현장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도로교통공단은 "가까운 거리라도 무단횡단을 해서는 안 된다"며 "조금 멀더라도 횡단보도와 보행로를 이용하는 습관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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