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려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으로 줄인 임금협정을 탈법행위로 규정하고 무효로 판단했다.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14일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려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으로 줄인 임금협정을 탈법행위로 규정하고 무효로 판단했다. (사진=교통일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울산 지역 택시기사 박모씨 등이 소속 택시회사들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고들은 '정액사납금제' 방식으로 일했다. 운행 수입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납부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은 자신이 취하는 구조로, 회사로부터 고정급을 별도로 지급받았다.
이 체계에 균열이 생긴 건 2009년부터다.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이 최저임금 산정에서 빠지면서, 회사는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을 충족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택시회사들은 노사 단체협약에서 서류상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 근무 시간은 그대로인데 협정에 적힌 근로시간을 줄이면 시간당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를 활용한 것이다. 기존 4~7시간이던 소정근로시간이 수년에 걸쳐 2시간대까지 줄어든 배경이다.
박씨 등은 "원래 근로시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며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단축 폭이 급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탈법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들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단축 합의를 했고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부분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법리가 제시됐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경우에 한정하지 않고,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한 경우에도 탈법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뿐 아니라 그대로 유지한 경우에도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현저히 괴리돼 비현실적인 시간으로 정해지는 등 형식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어 탈법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 그런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은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기반으로 하되 적용 범위를 넓힌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 분쟁의 새로운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