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문화 정착을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8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체험형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만난 임산부들은 배가 눈에 띄게 나온 상태에서도 배려석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임신 8개월을 가정한 7㎏ 체험 조끼를 착용해보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지하 1층 대합실이 분주해졌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체험 부스 위치를 잡고 안내판을 세우는 사이, 개찰구를 빠져나오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28일 낮 12시10분, 여의도역 지하 1층 대합실. 본지 기자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보건복지부·서울교통공사·KBS아나운서협회와 함께 진행한 '2026년 임산부 배려 공동 캠페인' 현장을 찾았다.
같은 시각, 별도로 편성된 1조는 5호선 열차에 올라 여의도역과 충정로역 사이를 왕복하며 배려 수칙 안내문을 배포하고 KBS 아나운서의 육성 방송을 이어갔다.
시민들이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에 대한 스티커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이번 캠페인은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인식과 현실의 간극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설문에서 일반 시민의 82.6%가 임산부를 배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배려를 받았다고 체감한 임산부는 56.1%에 그쳤다. 배려석 이용 중 불편을 겪은 임산부 비율은 60.9%로 전년(42.4%)보다 18.5%포인트 올랐다.
처음엔 개찰구를 나오던 시민들이 멀찍이 서서 머뭇거렸다. 12시30분경에는 캠페인 소식을 인스타그램으로 접하고 찾아온 시민들까지 합류하면서 역사 내 4개 부스 각각에 7~8명씩 줄이 이어졌다. 50~60대 남녀부터 미혼·기혼 여성, 배가 눈에 띄게 나온 임산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섞였다.
본지 기자가 임신 체험 조끼를 착용한 채 바닥에서 일어서는 동작을 해보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4개 부스 가운데 시민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린 곳은 임신 체험존이었다. 체험복을 입은 시민이 앉았다가 일어설 때마다 주변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드는 손이 늘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임신 8개월을 가정해 제작한 체험 조끼이며 무게는 7㎏"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기자가 직접 조끼를 착용하고 바닥에 누웠다가 일어선 뒤 짧은 거리를 걸었다. 배에 7㎏의 하중이 실리자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허리가 뒤로 당겨졌고, 몇 걸음 옮기는 것만으로 허벅지가 당겼다.
체험을 마친 한 20대 미혼 여성은 "생각보다 더 무거워서 놀랐다"며 "이 무게로 밖을 돌아다니면 피로감이 상당할 것 같다"고 했다.
체험존 옆 '배려를 키우는 나무' 부스에는 꽃 모양 포스트잇이 하나둘 채워졌다. "앞으로 더 배려할게, 생각보다 힘들지?", "임산부 배려석 꼭 비워두세요", "이 세상 모든 어머님은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파이팅"등 직접 쓴 다짐들이 나뭇가지 위로 꽃처럼 붙었다.
이날 캠페인 현장을 찾은 황진희(29세·임신 30주)씨가 임산부 뱃지를 달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현장에서 만난 황진희(29세·임신 30주)씨의 배는 이미 눈에 띄게 나와 있었다. 임산부로서 서울 지하철 이용 시 배려석을 편하게 이용하는지 묻자 "임산부 뱃지를 착용해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주로 어떤 분들이냐고 묻자 "50~60대로 보이는 어르신들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황씨는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고, 젊은 분들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씨와 함께 온 신유진(31세·임신 30주)씨도 같은 경험을 꺼냈다. "배려석이라 강제 의무가 없다는 걸 안다"고 했다. 이어 "임신 8주를 넘기면서 몸이 많이 피로해졌다"며 "눈이 마주치면 땅을 보거나 자는 척하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시간차를 두고 만난 송모(40대·임신 9개월)씨에게 배려석을 불편함 없이 이용하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 같냐고 묻자 "출퇴근 시간은 저도 피해서 이용하는데, 강제하는 분위기는 임산부인 저도 부담이 된다"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양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했다.
5호선 열차 내 분홍색 임산부 배려석. 바닥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자리임을 알리는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 서울 지하철에 도입된 분홍색 지정석이다. 법적 강제성은 없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지난해 조사에서 임산부(69.3%)와 일반인(68.6%) 모두 배려석 비워두기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임산부의 실제 배려석 이용 경험률은 전년 92.3%에서 79.5%로 하락했다.
이날 캠페인에는 추진기관 4곳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인구협회는 오는 연말까지 유관기관과 함께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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