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사우역까지 급하게 가야 하는데 타도 될까요." 18일 밤 11시 30분께 경기 김포시 구래역 인근 도로변. 정차 중인 서울 택시 기사에게 문을 두드렸다. 기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원래는 김포 택시가 아니라서 안 되는데요. 상황이 급하시면 타세요."
16일 밤 구래역 인근 상가 앞 도로에서 서울 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기자는 4월 15일·16일·18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 김포시 구래역 일대를 직접 찾았다. 구래동은 김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상업지구 중 하나로, 서울·인천 등 외지 택시의 관외영업 논란이 집중된 곳이다.
관외영업이란 택시가 등록된 사업구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영업하는 행위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금지된다.
예를 들어 서울·인천 택시가 빈차 상태로 김포에 진입해 승객을 태우거나, 김포 내에서 다른 김포 내 목적지로 이동하는 승객을 태우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서울에서 김포로 손님을 데려다준 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승객을 태우는 귀로영업은 합법이다.
지난 9일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서울 택시 기사들이 김포에서 잇따르는 관외영업 신고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상금을 노린 일부 김포 택시 기사들이 전기차 충전이나 화장실 이용 중 정차까지 신고한다는 것이었다.
조합에 따르면 김포시에 접수된 관외영업 신고는 2024년 572건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1142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신고를 당하는 쪽의 주장만으로는 현장 실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기자는 현장에 방문하기 전 15일 낮에 김포개인택시조합 조합장을 만나 관외영업 실태를 물었다. 조합장은 직접 심야에 현장을 돌며 관외영업 의심 차량을 빼달라고 요청한 경험을 말했다. 상계위원장·법인위원장들과 함께 약 2주 동안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현장을 돌았다며 김포시청 직원들도 가끔 함께 나왔다고 했다.
외지 택시 기사들은 차를 빼달라는 요청에 "방금 손님 내려줬다, 곧 떠나겠다"고 했다고 조합장은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자리에서 새 승객을 태우고 간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해당 승객이 김포 내로 이동했는지, 서울·인천 방향으로 향하는 귀로영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지 택시들이 택시 승강장을 장시간 점거하면서 우리 차들이 승강장 자체를 쓰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했다.
15일 밤 구래동 이마트 뒷골목에 서울·인천 택시들이 빈차등을 켠 채 줄지어 정차해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15일 현장에서 만난 김포 택시 기사 박모씨는 이 골목 상황을 익히 알고 있었다. 타 지역 택시의 관외영업에 대해 묻자 "구래동 이마트 뒤쪽에 서울 택시들이 빈차등 켜고 서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특히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사람들이 술 한잔하고 귀가하는 시간대에 집중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빈차 상태로 김포에 들어오는 경우도 관외영업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구래동이 인천 검단 지역과 인접해 있어 인천 택시들도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밤 11시 30분, 구래역 버스승강장 옆 택시 승강장에는 외지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마트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풍경이 달라졌다. 도로 양쪽으로 노란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빈차'등을 켠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니 대부분 서울과 인천 택시였다.
어떤 구간은 도로 끝에서 끝까지 5대 모두 외지 택시로 채워진 경우도 있었다. 기사들은 차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거나 담배를 피웠다. 차 안에서 핸드폰을 응시하며 콜을 기다리는 기사들도 있었다.
정차 자체는 법령상 금지 사항이 아니다. 다만 차량들이 서울·인천에서 태운 승객을 김포로 데려다준 뒤 귀로영업을 위해 대기 중인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관외영업 목적으로 진입한 것인지는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16일 밤에는 직접 차를 몰고 외지 택시를 따라가 봤다. 서울 택시 2대와 인천 택시 2대가 김포 장기동과 구래동 일대에서 승객을 태우는 것을 확인하고 뒤를 쫓았다. 승객이 최종적으로 어디서 내리는지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인천 택시 2대는 인천 방향 도로로, 서울 택시 2대는 서울 방향 도로로 진입하는 것을 목격했다. 귀로영업인지 관외영업인지는 이것만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18일 밤 기자가 서울 택시에 탑승을 시도하자 기사가 김포 지역 내 이동이 안 된다는 규정을 먼저 설명했다. 이 기사는 "상황이 급하시면 타세요"라며 탑승을 허용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18일 토요일 밤에는 구래역 인근에서 직접 탑승 실험을 해봤다. "김포 사우역까지 급하게 가야 하는데 타도 될까요"라고 물으며 외지 택시 9대의 문을 두드렸다. 서울 택시 5대, 인천 택시 2대, 부천 택시 1대 등 8대는 "김포 택시가 아니라서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나머지 서울 택시 1대만 문을 열었다. 이 기사는 서울 택시는 김포 지역 내 이동이 안 된다는 규정을 먼저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급하시면 타세요"라고 했다. 규정을 알면서도 한 번의 예외를 둔 경우였다. 이를 상습적인 관외영업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구래역 택시 승강장에 김포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현장에서 관외영업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과 김포 택시 관계자들의 주장은 엇갈렸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포상금과 더불어 개인적인 악감정이 섞여 무차별 신고를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김포시에 "포상금 사냥식 악의적 신고가 근절되지 않으면 김포행 운행 자제를 권고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고도 했다.
관계자는 피해 사례도 전했다. 집이 김포인 한 택시 기사는 빈차등을 켜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4차례나 신고를 당했다고 했다. 대부분 소명해 행정처분은 피했지만 그때마다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이 갈등의 뿌리에는 2019년 김포시가 도입한 신고 포상금 제도가 있다. 관외영업 적발 시 신고자에게 건당 10만원,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포상금 대부분이 특정 김포 택시 기사 2명에게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김포시는 지난달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김포개인택시조합 조합장은 신고 급증을 단순히 포상금 때문으로만 보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다음달 포상금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신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고 유동인구가 줄면서 일거리가 크게 줄었다"며 "관외영업이 의심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신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포상금을 노리는 게 아니라 우리 생존이 걸린 문제다"라고 했다. "포상금이 없어진다고 신고가 줄 것 같지 않다. 관외영업 의심 상황이 계속되는 한 우리로서는 신고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16일 밤 기자가 김포 구래동에서 승객을 태운 서울 택시를 직접 추적했다. 해당 택시는 서울 방향 도로로 진입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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