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유가보조금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지 사흘이 지난 13일, 국토교통부(국토부) 교통서비스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세버스 지입제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오전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은 국회 앞에서 지입차주에 대한 직접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시청역 인근 도로에 전세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전세버스 지입제(地入制·개인 소유 차량을 운수업체 명의로 등록해 운행하는 방식)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불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차는 지입제가 불법이었으나 양성화됐지만, 전세버스는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양성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많은 승객이 탑승하는 전세버스 특성상 개별 차주가 차량을 임의로 관리할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지입차주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만큼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아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서울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지입차주들이 차주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며 "차량에 대한 현물출자, 즉 재산상 투자를 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영업을 따오고 배차·운행을 관리하며 고정비·변동비를 충당하는 주체는 회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사 개인이 기름을 넣고 차량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합법적이지 않다"며 "현행법상 지입차주의 존재 자체가 위법하고 국토부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의 직접적 계기는 4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버스 유가보조금 추경이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내 경유 가격은 2월 27일 리터당 1,597원에서 4월 9일 1,977원으로 40일 만에 23.8% 올랐다.
전체 전세버스의 97%가 경유 차량이며 유류비는 운송원가의 25~40%를 차지하는 만큼,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업계의 지원 요구가 국회로 이어졌다. 여야는 공감대를 형성해 추경에 459억 원을 반영했다.
추경 통과에는 업계의 집중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오성문 서울특별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4월 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소통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3일에는 안영식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과 함께 한정애 정책위원장에게 업계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긍정적인 의견을 이끌어냈다.
국회에서는 박용갑 의원이 전세버스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 통근·통학 이용자에게 유가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며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성문 이사장은 추경 통과 직후 "전세버스는 4만여 대가 대중교통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송 현장을 책임지며 국민 이동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며 "전세버스가 더 이상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화물차·노선버스·택시에는 수십 년간 적용돼 온 유가연동보조금(유가 변동분을 보조하는 제도)이 전세버스에는 이번 추경으로 처음 열렸다.
문제는 집행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급 대상과 비율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출퇴근용 전세버스를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공성이 부족한 만큼 지급 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노조는 지입차주 직접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허이재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월 40만 원에 3개월, 이것은 지원이 아니라 버티라는 말"이라며 "실제 현장에서 운행하는 지입차주들에게 지원이 전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오 의원(진보당·울산 북구)도 지난 4월 7일 국토위 추경 심사에서 "최소한 지원금이 실제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분배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노조가 지원을 요구하는 당사자는 국토부가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상이다. 집행 방식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원 대상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먼저 불거진 형국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노조는 전세버스 5대를 이끌고 서강대교와 독립문을 거쳐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에 나섰다.
오성문 이사장은 "전세버스가 합당한 평가와 정당한 지원을 받는 당당한 대중교통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459억 원은 통과됐지만, 그 돈이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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