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6일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87원으로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하는 가운데, 전광판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집계 기준으로 이날 오전 9시 현재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당 1953.3원으로 전날 대비 4.9원 상승했다.
경유도 4.7원 오른 1943.9원을 기록하며 휘발유와 나란히 오름세를 이어갔다. 가격 부담이 가장 큰 서울에서는 휘발유가 3.4원 오른 1987.2원에, 경유가 4.6원 오른 1965.6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 상승 흐름은 전날에도 뚜렷했다. 정부가 2차 석유제품 최고가격 고시를 시행한 지 10일째인 5일, 전국 평균 휘발유가는 하루 만에 6.0원 오른 1948.4원을 기록했고, 경유 역시 5.7원 상승한 1939.2원에 달했다. 정부 개입 조치에도 상승 속도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셈이다.
근본 원인은 국제 유가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데다, 이란이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공급 불안이 증폭됐다.
6일 오전 8시(한국시간) 기준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1.84% 오른 배럴당 111.04달러,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도 1.66% 상승한 113.39달러에 거래됐다.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이미 임계점에 가깝다. 자차로 남양주에서 서울 문래동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정모(48) 씨는 "6만원을 넣어도 연료 게이지가 예전만큼 오르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기름값 걱정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화물·배달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유류비 부담 가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국제유가 변동을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구조여서, 현재의 고유가 국면이 국내 소비자 가격에 온전히 전가되기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전국 1만319개 주유소 가운데 97.8%에 해당하는 1만90개소가 휘발유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경유의 경우에도 조사 대상 1만129개 주유소 중 98.2%가 가격을 올렸다. 정부가 2차 최고가격 고시를 발동한 지 11일이 지났지만, 전국 주유소 10곳 중 거의 10곳이 가격을 올리며 고시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된 양상이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