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전기버스 동절기 충전 지연으로 배차와 난방에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시버스노조가 비공개 협의을 통해 충전기 증설을 ‘사업계획서 제출→서울시 심사·승인’ 절차로 추진하기로 했다. 설치 위치와 대수는 현장 협의를 거쳐 계획서로 정리된 뒤 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 송파 공영차고지에서 전기버스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동절기에는 충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차 지연과 난방 제약 문제가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9일 교통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와 서울시버스노조는 겨울철 버스차고지 전기버스 충전소 문제를 두고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비공개로 만나 협의했다. 동절기 충전 지연으로 빚어지는 배차 차질과 난방 제약을 현행 인프라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 시내 전기버스는 늘었지만 동절기 충전 인프라는 운행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송파버스차고지에서는 겨울철 충전 지연으로 배차가 맞물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 제기는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졌다. 송파버스차고지에는 전기버스 84대가 운행 중이고, 충전기는 12기다. 서울시 버스 차고지 운영 기준에 따르면 전기버스는 통상 7대당 충전기 1기를 기준으로 배치돼 있다. 이 비율은 하절기 운행을 전제로 한 운영 기준에 가깝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실제로 여름철에는 완충 기준 30~40분이면 운행이 가능하지만, 동절기에는 충전 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동일한 배치 기준으로는 대기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전기 절대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절 변수까지 겹치며 병목이 발생하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곧바로 운행 제약으로 이어진다. 전기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겨울철에는 충전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 줄을 서는 경우가 잦고, 배차 시각을 맞추기 위해 덜 충전된 상태로 출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충전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배차는 지연되고, 충전기 사용 순서를 둘러싼 기사들 간 마찰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겨울철 전기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전기버스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전력을 히터와 난방에 함께 사용하는 구조다. 충전이 충분하지 않으면 난방을 켜는 것만으로도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사들은 동절기에도 히터 가동을 최소화한 채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이 “버스 안이 춥다”고 항의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기사들은 충전 여건을 이유로 사과 외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송파 공영차고지에 전기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전기버스를 운행하는 한 버스기사는 “겨울에는 차를 세워두면 바로 충전하기가 어렵고, 앞차 충전 대기 줄이 길어 한 번 더 노선을 돌고 와야 차례가 오는 경우도 있다”며 “줄을 서다 보면 배차 시간이 꼬이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덜 충전된 채로 나가면 히터를 제대로 틀기 어렵다”며 “손님들이 ‘버스 안이 춥다’고 말씀하시면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충전기가 부족하다 보니 최근에는 서로 먼저 꽂으려다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현장의 혼선이 반복되는 가운데, 노조 측은 해당 협의에서 관리업체가 사측 및 관련 업체와 협의해 설치 위치와 대수, 공사 범위를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서울시가 이를 심사·승인하는 구조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버스노조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서울시 측과 동절기에는 현행 기준으로 충전 대기와 배차 지연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공유했다”며 “설치 위치와 대수, 공사 범위를 정리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현장 여건이 반영된 조정이 이뤄지도록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차고지 밀집도, 충전기·차량 사용량, 시설 여건 등을 검토한 뒤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버스차고지 관계자는 “차고지별로 충전기 이용 밀집도와 차량 운행 패턴이 달라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사업계획서가 제출되면 차고지 여건과 이용량, 시설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증설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충전기 증설 규모와 일정이 논의·검토 단계에 있다. 실제 설치 물량과 기준 조정 여부는 관리업체·사측·노조 간 협의를 거쳐 제출될 계획서에 대해 서울시가 심사한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