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사설구급차의 고인 운송을 불법으로 판단한 판결을 계기로 상조업계에서 사설구급차를 활용한 장례 운송 관행을 중단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장례 이송이 이뤄지는 경기도 소재 병원 장례예식장 전경. [사진=독자 제공] 26일 교통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상조사들은 고인 운송 과정에서 사설구급차를 사용하지 않거나 허가받은 특수여객(장의차)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내부 기준을 정비하고 있다.
장례 서비스 과정에서 고인 이송이 차지하는 비중과 민감성을 고려해, 운송 방식 전반을 다시 점검하려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상조사는 고인 운송과 관련한 내부 지침을 재정비하고, 협력 운송업체 구성과 안내 절차를 함께 손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시장경제 보도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는 고인 운송 차량을 특수여객으로 전환해 운용하고 있으며 보람상조·교원라이프·대명스테이션은 사설구급차를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더케이예다함상조는 고인 이송 방식은 고객 선택 사항이며 필요 시 특수여객을 안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상조업계 빅5’의 시장점유율은 선수금 기준 약 75% 수준으로, 상조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주요 사업자들의 운송 기준 변화가 전체 장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가 고인 운송 방식을 재정비하는 배경에는 사법부와 행정당국의 판단이 누적된 영향이 작용했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은 2020년 사설구급차 업체가 장례식장 간 고인 운송을 유상으로 수행한 행위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운송이 의료적 응급상황에 해당하지 않으며, 장례 서비스를 위한 상시적 이송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 체계가 아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체계가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정 판단 역시 같은 방향을 확인했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2025년 사설구급차의 장례 목적 고인 운송을 이유로 내려진 운행정지 처분을 유지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해당 이송을 응급의료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장례 목적의 고인 운송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사법 판단과 행정 판단이 같은 기준을 공유하면서, 고인 운송을 둘러싼 법적 경계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3조제2항나목이 거론된다. 해당 조항은 시신(유골 포함)의 운송을 특수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과 행정당국은 사망진단서가 발급된 이후 장례 서비스를 목적으로 고인을 운송하는 경우에는 응급의료 행위가 아니라 여객법상 운송 행위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판단을 내렸다. 판례가 존재하는 경우 법제처 해석은 참고 기준에 그친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의 전제가 됐다.
다만 사설구급차의 고인 운송이 모든 경우에 불법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고인 운송 상황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자택에서 사망해 사망진단서가 아직 발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례식장으로 이송하는 경우에는 사설구급차 이용이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망 사실이 확정되기 전 단계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여객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사망진단서가 발급된 이후 장례식장에서 다른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옮기거나, 국과수·화장장 등 장례 절차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장소로 이송하는 경우에는 장례 서비스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에는 특수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통해 고인을 운송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단의 취지다. 실제 단속과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한 사례 역시 장례식장 간 이송 과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상조업계 일각에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사설구급차 운행이 허용된다는 법제처 해석 등을 근거로 고인 운송의 합법성을 주장해 왔다. 장례식장을 응급의료시설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들어 사설구급차 활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사법부와 행정당국의 판단이 누적되면서, 이러한 해석의 적용 범위는 사실상 제한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상조업계 역시 운송 방식을 포함한 장례 서비스 운영 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수여객 업계는 이번 일련의 판단을 계기로 현장 기준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입장이다. 전국특수여객연합회 관계자는 “장례 목적의 고인 운송에 적용되는 법적 기준이 명확해졌다”며 “특수여객은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 아래 차량과 인력, 운영 전반에 대한 규제를 받아온 반면 사설구급차는 장례 목적 운송과 관련해 여객법상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비용 구조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기준이 정리된 만큼 현장에서도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