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기자] 대구지역 공공기관 내 경차전용주차구역에 버젓이 중대형 차량이 주차되고 있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
대구시청 별관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에 경차전용주차구역이 의무화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대구 지역 공공기관 주차장에서는 여전히 중대형 차량들이 경차 구역에 버젓이 주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4년 경차 보급을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경차전용주차구역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부터는 공공기관 전체 주차면적의 10% 가량을 경차 구역으로 운영해 오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해당 구역을 설치한 시설에 대해 교통유발 부담금을 5~10% 감면해 주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는 동인청사 8면을 비롯해 9개 구·군 청사 주차장에 평균 9면 정도의 경차전용구역을 마련해두고 있다.
대구의 각 구청 청사 주차장을 둘러보니, 경차전용구역에 중대형 차량이 적지 않게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차전용구역은 일반 주차면보다 너비가 50cm, 길이가 1m가량 짧아 큰 차가 선을 넘어 얌체 주차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그 결과, 정작 경차 운전자들은 이 구역에 주차를 하지 못하고 이중주차를 하거나 청사 주변 골목에 차를 세우기도 한다.
관공서에 업무를 보기 위해 방문한 직장인 김모(35)씨는 "평소 구청에 볼 일이 있을 때마다 경차전용주차구역에 일반 차량들이 항상 주차를 하고 있어서,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일반 차량용 구역에 차를 세우면 오히려 경차는 경차구역으로 가라는 핀잔을 듣기도 해서, 그럴 때마다 기분이 상하고 참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차전용구역은 장애인주차구역과는 달리 마땅한 법적 처벌 규정이 없어, 적극적으로 단속하거나 제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구청 관계자는 "경차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의 주차 불편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수시로 주차장에 나가서 차량 이동을 권고하는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차전용구역 확대뿐 아니라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시민의식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일반 차량들이 경차전용구역에 아무렇지 않게 주차하는 근본 이유는 공공 시민의식 부족에 있다"며 "시민들 모두가 사회적 약속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지자체나 공공기관도 민원인들이 잠시 머물 수 있도록 30분 단기 주차 공간을 늘리는 등 주차난 해소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철석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