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급발진 사고와 같은 중대 결함 의심 사고에 대해 입증책임을 제조사로 전환하고, 독립 기록장치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사거리 인근에서 승용차가 식당으로 돌진해 차량과 건물이 크게 파손된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서울특별시의회는 23일 열린 본회의에서 구미경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입증책임 전환 및 독립 기록장치 설치 의무화 촉구 결의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번 결의안은 급발진 사고와 같은 중대 결함 의심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보다 공정하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사고 원인이 제조사의 결함인지 여부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해, 실질적인 권리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급발진 사고의 경우 전자제어장치와 센서, 소프트웨어 등 복합적인 기술 요소가 얽혀 있어 사고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 그러나 관련 설계 자료와 시험 기록, 차량 데이터 등 핵심 증거는 제조사가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피해자가 결함을 입증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 결의안에 담겼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 핵심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록장치 설치 의무가 현행 법령에 포함돼 있지 않아, 사고 원인 규명이 불가능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진실을 밝히는 데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의안을 발의한 구미경 의원은 “급발진 사고와 같은 중대 결함 의심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입증책임 전환과 독립 기록장치 설치를 통해 사고 원인을 공정하게 규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의안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 차원의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의안은 급발진 사고의 책임 구조를 ‘개별 피해자의 입증 문제’로 남겨두지 말고, 제도 차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입증책임 전환과 독립 기록장치 의무화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국회와 정부의 후속 논의가 관건으로 남는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