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과 폭행, 주취 손님의 구토까지. 택시기사들은 매일 위험과 감정노동이 뒤섞인 환경에서 운전대를 잡지만, 법과 제도가 보장하는 보호 수준은 여전히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 규정은 존재하지만 신고·처리·보상 체계가 지역마다 달라 피해는 기사 개인의 부담으로 남고, 반복되는 감정노동은 직업 자존감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운전석에서 시민을 태우고 이동하는 택시기사. 기사들은 매일 폭언·민원·감정노동에 노출되지만 보호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사진=독자 제공)운전석은 더 이상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다. 기사들은 “말 한마디에도 신고가 들어올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폭언·폭행·차량 오염 등 사건이 반복되지만, 보호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스스로 위험을 감당하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법인택시 관계자는 “술에 취한 손님과 대화가 조금만 길어져도 불친절 신고가 들어올까 봐 말을 아낀다”며 “법보다 무서운 건 손님의 시선과 민원”이라고 말했다. 기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폭력보다도 ‘신고 리스크’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경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운전자 폭행 사건은 2016년 3,004건에서 2022년 4,368건으로 증가했다. 절반 이상이 주취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피해자의 대부분은 택시기사였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제5조의10은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지만, 경미한 폭언이나 신체 접촉은 단순 시비로 종결되는 일이 적지 않다. 법령이 있어도 현장에서 체감되는 보호 수준은 낮다.
차량 오염 피해 역시 기사들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서울의 「택시운송사업 표준약관」은 승객이 차량 내부를 오염시킨 경우 세차비와 영업손실을 합해 최대 15만 원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이 기준은 서울시에만 적용된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어 대부분 지역에서는 기사와 승객이 현장에서 직접 합의해야 하며, 책임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빈발한다. 택시 공제조합에서도 오염 피해와 영업 손실은 보상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처리 기준은 회사나 조합마다 다르다.
지자체 대책도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카드결제기 버튼을 통한 자동 112 신고 기능과 운전자 보호격벽 설치 지원을 추진했지만, 설치율은 전체 택시의 10% 내외에 머문다.
경기도·부산 등 일부 지자체는 시범사업을 도입했으나 예산·차량 구조 문제로 확산 속도는 더디다. 보호격벽의 효과를 두고도 “물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평가와 “충돌 시 위험하다”는 우려가 병존한다.
정책 연구기관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운수종사자 감정노동 대응 방안 연구」는 운수종사자의 폭력·언어폭력 노출이 교통 서비스 안전과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승객의 언어폭력’을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으며, 연구진은 “표준화된 대응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반영한 정부 차원의 후속 정책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차량으로 향하는 택시기사. 반복되는 폭언·민원 속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하다. 김포 법인택시 삼원운수 관계자는 “술 취한 손님이 욕설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일이 잦다”며 “파출소로 데려가도 상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결국 15만 원 정도 주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척 후에도 냄새가 남아 다음날까지 영업이 어렵지만, 보상 체계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포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욕설은 일상이고, 가끔 폭행도 있다”며 “신고해도 절차가 복잡하고 달라지는 건 없다. 다음 손님을 태워야 하니 웃으며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 손실이 생겨도 울분을 삭이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며 반복되는 감정노동 현실을 전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개별 기사들의 고충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운수종사자 보호 조항이 존재하지만, 세부 기준 대부분이 지자체 재량에 남아 있어 지역별 대응이 제각각이다. 동일한 피해라도 처리 과정이 다르게 나타나는 구조가 고착돼 있고, 피해 구제는 기사 개인의 사적 부담으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운수종사자 보호를 감정노동 문제가 아니라 교통안전 정책의 핵심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사가 위협받는 환경에서는 안전 운행이 어려워지고, 이는 시민의 이동권과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존중받는 노동환경에서만 교통 서비스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택시 인권은 교통 인프라의 기초에 해당한다.
택시 인권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도덕적 요구가 아니다. 법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존중의 문화를 확산하는 일은 결국 도시의 품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반복되는 피해가 더 이상 개인의 인내에 맡겨지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함께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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