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The 경기패스’로 연 1,900억 원 규모 대중교통비를 환급하는 동시에 시내버스 요금을 13~14% 인상했다. 교통복지 확대와 요금 인상이 맞물린 구조에서 재정부담과 지원 대상·규모의 형평성이 경기도 교통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도 ‘The 경기패스’ 교통카드로 버스 요금을 결제하는 모습.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
경기도는 최근 GTX-A 개통과 별내선·교외선 운행 재개, 지방도·국지도 확충, 경기북부 중심 고속화도로 추진을 민선 8기 교통망 확충의 대표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The 경기패스’를 통한 교통비 환급과 소비·환경 효과를 더해 “교통망과 교통복지를 동시에 확대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같은 시기 경기도는 2025년 10월 25일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했다. 일반형 시내버스 교통카드 기준 성인 기본요금은 1,450원에서 1,650원으로, 직행좌석형은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올랐고 인상 폭은 13~14% 수준이다.
경기도가 2023년 5월 내놓은 ‘The 경기패스’는 환급형 교통카드다. 전국 어디에서나 버스·지하철·광역버스·GTX·신분당선 등을 월 15회 이상 이용하면 사용 금액의 20~53%를 돌려준다. 20~30대 청년은 30%, 40대 이상 성인은 20%, 저소득층은 최대 53%, 다자녀 가구는 30~50%까지 지원을 받는다.
출시 이후 가입자는 2024년 10월 100만 명, 2025년 4월 130만 명을 넘었고, 12월 기준 158만 명까지 늘었다. 최근 1년 기준 환급액은 1,908억 원 규모다. 경기도는 경기패스가 도민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버스요금 인상과 경기패스를 함께 놓고 보면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요금 인상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민 전체의 지출을 늘리는 조치다. 반면 경기패스는 그 가운데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이용자에게만 일부 비용을 돌려주는 정책이다.
수도권 광역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7000번 G버스에 오르고 있다. 버스요금 인상은 출퇴근 교통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경기도 재정은 경기패스 환급과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지원, 각종 감면 제도에 투입되고, 이용자는 인상된 버스·전철 요금을 먼저 부담한 뒤 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
교통복지 확대와 요금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에서 ‘누가 얼마나 더 내고, 누가 얼마나 돌려받는지’가 교통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패스와 지원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계층과 지역의 문제도 남는다. 경기패스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환급을 받을 수 있어, 군 지역이나 농촌처럼 버스 운행 횟수가 적고 환승 거점과 거리가 먼 지역 주민은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6~18세는 별도의 ‘경기도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지원 사업’으로 연 24만 원까지 지원받지만, 이 역시 정기적으로 버스를 타는 학생에게 유리한 구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령층이나 자가용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 거주자는 버스요금 인상과 유가·물가 상승을 함께 감당하면서도 교통복지 체감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요금과 세금은 전 도민이 함께 부담하는 반면, 환급과 지원은 특정 이용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여서 제도 밖에 있는 주민 입장에서는 자신이 부담한 몫으로 다른 계층의 교통비를 대신 뒷받침하는 것처럼 느낄 여지가 있다.
경기도민 맞춤형 교통카드 ‘The 경기패스’의 교통비 절감·온실가스 감축·지역 소비 증대 효과를 설명한 홍보 이미지. (자료=경기도청)이같은 지원 정책은 고물가와 주거비 부담에 더해 교통비까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경기도는 광역철도 개통과 도로망 확충으로 통근 시간을 줄이고 이동 반경을 넓히는 한편, 경기패스와 교통비 지원 사업을 통해 교통비 부담 완화를 민선 8기의 핵심 성과로 제시한다.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은 경기패스를 통해 절감된 교통비가 소비로 이어지고, 대중교통 이용 증가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이를 ‘민생 회복과 기후 대응을 함께 겨냥한 교통복지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이 효과들은 모두 재정지출을 전제로 한다. 경기패스 환급액 1,908억 원과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지원, 무임·감면 비용, 버스 준공영제 보조와 같은 기존 재정지원이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에서, 경기도가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교통복지 재원을 감당할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버스요금 인상으로 확보되는 추가 요금 수입과 환급·보조 지출 사이의 관계, 경기패스가 요금 인상 부담을 얼마나 상쇄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안내문과 보도자료만으로는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교통비 지원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재정 압박을 줄이기 위해 요금을 인상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구조적으로는 ‘재정부담-요금 인상-시민 부담-교통비 환급-재정부담’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부담이 다시 지원 확대 요구로 돌아오고, 그 지원이 다시 재정을 압박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교통복지 규모와 요금·재정의 역할을 함께 조정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당시 “경기도민 맞춤형 교통카드 ‘The 경기패스’에 155만 도민이 가입해 1인당 연평균 24만 원을 환급받고 있다”며 “교통은 경기도의 가장 중요한 민생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The 경기패스’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모습. (사진=교통일보 오승안 기자)경기도는 교통비 부담 완화와 대중교통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는 핵심 수단으로 경기패스를 계속 확대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요금을 올리고 패스로 돌려주는 현재 방식이 계속 유지될 경우, 어느 시점에 어떤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조정할지, 재원을 도비·국비·요금 중 어디에서 얼마나 나눠 부담할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경기도가 교통복지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는 ‘더 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어느 계층에 얼마까지 지원하고 그 재원을 어떤 원칙에 따라 분담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교통비 부담을 재정으로만 메우고 요금은 계속 올리는 방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요금 인상 속도를 억제하거나 일부 노선·계층에서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설계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결국 경기패스를 둘러싼 진짜 쟁점은 교통복지의 크기가 아니라, 경기도 재정과 이용자 사이에서 부담과 혜택을 어떻게 나눌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요금·재정·지원의 균형을 어떤 기준으로 설계할지에 대한 답을 내놓는 일이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