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심야 택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는 많은데 택시는 잡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재부상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른바 ‘잠자는 택시’를 줄이기 위해 휴업 허가기준 도입에 나섰지만, 가동률 저하의 원인이 운전자 고령화와 수익 구조에 있는 만큼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야 시간대 도심 도로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18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송년 모임이 집중되는 시기를 앞두고 택시 운행률을 끌어올릴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택시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면허 대수 대비 실제로 도로에 나오는 차량이 적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인택시는 고질적인 기사 부족으로 가동률이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법인택시 운전자는 7만2555명으로, 2015년 말 11만6186명과 비교해 10년 사이 37.5% 줄었다. 서울의 법인택시 가동률은 2019년 50.4%에서 2022년 32.5%로 급락한 뒤 현재도 30%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법인택시 2만2567대 가운데 31.2%인 7047대는 아예 번호판을 떼고 휴업 상태다.
지자체들이 기대를 거는 쪽은 대수가 훨씬 많은 개인택시다. 서울의 개인택시 면허 수는 4만9061대로 법인택시의 2배를 넘는다. 그러나 개인택시는 법인택시에 비해 수입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고, 운전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심야 시간대 운행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개인택시의 운행률은 오후 7시 이후 빠르게 떨어져 밤 11시에는 40% 아래로 내려가고, 새벽 시간대에는 20% 안팎에 그친다. 반면 법인택시는 오후와 야간 시간대에 오히려 60%대 가동률을 유지하며 일부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신규 기사 유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를 장기 해법으로 삼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호출 앱 의존도가 높아진 환경도 공급 체감 부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택시 호출의 상당 부분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면서, 기사 입장에서는 호출 조건과 목적지를 보고 운행 여부를 선택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그 결과 단거리나 혼잡 지역 호출이 외면받는 사례가 늘고, 승객은 “택시는 많은데 잘 잡히지 않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일부 지자체들은 ‘휴업 허가기준’이라는 규제 수단을 꺼내 들었다. 일정 기간 이상 영업을 하지 않으면 과징금이나 사업정지, 반복 시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무단휴업 기준을 ‘6개월 연속 매월 5일 이하 운행’에서 ‘3개월 연속 매월 5일 이하 운행’으로 강화했다. 천안시는 연속 10일 초과 휴업 또는 월 기준 40% 이상 휴업 시 허가를 받도록 했고, 파주·광주·하남 등도 유사한 기준을 도입하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운행이 적은 개인택시를 겨냥한 조치다.
지자체들은 제도 도입 이후 운행률이 일부 개선됐다고 설명한다. 광주시는 고시 시행 전에는 전체 택시의 20% 이상이 한 달에 10회 미만으로 영업했지만, 시행 이후 영업하지 않는 차량이 줄었다고 밝혔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쉬는 택시’를 줄이는 방식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개인택시조합 측은 운전자 고령화와 노동 강도, 수익 구조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운행을 강제하는 방식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개인택시 기사들의 평균 연령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심야 운행에 따른 피로도와 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호출 앱을 통한 배차 구조 속에서 목적지가 미리 공개되면서 단거리 승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현장의 운영 환경 역시 운행 확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쟁점은 ‘운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운행에 나설 유인을 바꿀 것인가’로 모인다. 휴업 허가기준은 단기간에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기사 수 감소와 고령화, 수익 구조 문제를 그대로 둔 채로는 공급 부족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연말마다 되풀이되는 심야 택시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잠자는 택시’를 깨우는 방식이 처벌 중심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운행 구조 자체를 손보는 쪽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