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한 초등학교 현장학습에서 학생이 전세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의 담임교사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전세버스 기사 과실이 겹쳤다는 점이 참작돼 선고유예로 교단에 복귀하게 됐다.
주차장에 늘어선 전세버스. 2022년 속초 현장학습 사망사고는 학생들이 전세버스에서 내려 이동하던 중 버스에 치여 발생했다. 이번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춘천지방법원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14일 속초 현장학습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 김모씨에게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1심이 선고한 금고 6개월·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형량은 유지하되 선고만 미룬 것이다.
사고는 2022년 11월 강원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3개 학급이 속초시 노학동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학습을 떠나면서 발생했다. 학생들이 주차장에서 내려 테마파크로 이동하던 중 한 학생이 전세버스에 치여 숨졌다.
재판부는 김모씨의 무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면서도 형량에 대해서는 "학생 사망은 피고인의 과실에 버스 운전상 과실이 겹쳐 발생한 것으로,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초범인 점과 유가족과의 합의도 유리한 정황으로 반영됐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는 제도다.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교육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교사는 당연퇴직 처리되지만, 김모씨는 선고유예 판결로 이를 피해 교단에 남게 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조인솔교사 이모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전세버스 기사 박모씨는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출발해 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로 1심에서 금고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가족과의 합의가 참작돼 금고 2년·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김모씨와 이모씨는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선두·후미 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인솔 위치를 벗어난 혐의를 받았다. 검찰과 교사 측은 주의의무 위반 과실 여부를 놓고 항소심까지 치열하게 다퉜다.
교사 기소 소식이 알려진 뒤 전국 교사들이 재판부에 선처를 탄원했고,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사고를 우려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이 번지면서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강원교총 관계자들이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