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 20년을 앞두고 재정 부담 확대와 비용 통제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표준운송원가 전액 보전 방식 아래에서 적자와 보조금이 함께 불어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개편안 분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경실련)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버스 준공영제 20년 서울시 개편안 분석’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제도가 비용과 위험을 공공이 떠안는 구조로 굳어졌다고 지적하며 “서울시는 공공주도로 준공영제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2022년까지 재정지원은 누적 6조 원을 넘겼고, 최근에는 적자 보전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적자를 전액 보전하는 현행 정산 방식이 유지되면서, 비용 증가와 수요 변동에 따른 위험은 공공이 부담하는 구조로 고착됐다. 운송수입은 보조금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기능할 뿐, 사업자가 수요 변화에 따른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체계는 아니다. 비용과 위험의 부담이 한쪽으로 쏠린 셈이다.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운영 체계 아래에서 노선 운영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04년 도입됐다. 초기에는 지·간선 체계 개편과 배차 안정, 운전자 처우 개선 등 운영 측면의 변화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의 중심은 서비스 개선보다 적자 보전 방식에 더 크게 의존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최근 수년간 재정 투입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비용 구조를 점검하고 통제하는 장치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2022년까지 18년 동안 서울시의 재정지원 누적액은 6조3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같은 기간 운송비용은 수입을 지속적으로 상회했고, 적자분을 메우는 보전이 반복됐다. 특히 2020년 이후 수요 감소와 비용 증가가 겹치며 적자 폭이 커졌고, 이에 따라 재정지원 규모도 수천억 원대로 확대됐다. 2021년에는 4000억 원대, 2022년에는 8000억 원대 보전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재정 지출 증가 속도에 비해 비용 구조를 점검하거나 지출을 억제하는 제도적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 체계의 핵심에는 ‘표준운송원가’ 전액 보전 방식이 있다. 노선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표준화해 산정하고, 수입과 관계없이 그 기준에 따라 적자를 시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노선 유지와 서비스 연속성 측면에서는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비용 절감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수요가 줄거나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그 위험은 공공 재정으로 이전된다. 이때 운송수입은 보조금 규모를 정하는 기준에 그칠 뿐, 사업자가 수요 변동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구조는 아니다.
비용 위험이 공공으로 이전되는 동안, 민간 사업자의 수익 구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자료에 따르면 배당 규모는 2015년 200억 원대에서 2023년 500억 원대까지 확대됐고, 내부 유보도 같은 기간 증가했다. 재정지원이 늘어나는 국면에서도 이윤과 배당이 유지·확대되면서, 공공이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체계 아래에서 민간의 수익 안정성은 오히려 강화됐다. 이는 준공영제가 ‘공공성과 효율성의 결합’이라는 초기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는 시장 참여 주체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기대되는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일부 노선 운영사에는 재무적 투자 성격의 자본이 유입됐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투자 자본이 들어오는 환경에서 비용 절감 압박이 커질 경우, 정비·안전·인력 운용 등 서비스의 질과의 긴장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정비 체계 축소나 비용 절감 과정에서 안전 관리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쟁점은 결국 ‘누가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고, 누가 통제 권한을 갖는가’로 모인다. 현재 구조에서는 비용 증가와 적자 확대의 부담은 공공이 지는 반면, 비용 산정과 경영 효율을 강제할 수 있는 통제 수단은 제한적이다. 그 결과 재정 지출 규모는 커지는데, 그에 상응하는 비용 절감이나 구조 개선 효과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요금 인상 역시 적자 확대를 이유로 추진돼 왔지만, 원가 구조와 이윤·배당 체계에 대한 통제가 약한 상태에서 시민 부담만 늘어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 때문에 제도 운영 방식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표준운송원가 산정 과정에 대한 외부 검증과 회계 감사, 예산 편성·집행·결산 과정의 공개, 노선 운영과 정산 방식의 조정, 성과와 연동한 환수·제재 장치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대당 기준이 아니라 운행거리 기준으로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 전환, 노선별 비용·수입 공개 강화, 협약 구조의 재정비 등도 거론된다. 공공이 전액 보전하는 현행 틀을 유지한 채 지출만 확대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재정 부담과 구조적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도시 교통 서비스의 안정성을 지탱해 온 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재정 지출 구조, 위험 분담 방식, 비용 통제 체계라는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점검받고 있다. 현재의 논쟁은 특정 단체의 문제 제기를 넘어, 공공 서비스 운영에서 비용·위험·통제 권한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