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슈] “배달앱은 2%, 화물은 20%”… 법이 막지 못한 주선수수료의 제도 허점
  • 오승안 기자
  • 등록 2025-10-31 17:54:07

기사수정
  • 신고제만 있고 상한 기준은 없어… 신고·감독·공개 모두 ‘헛돌이 제도’
  • 화물기사는 운임총액조차 몰라… 수수료율 30~50%도 제재 불가
  • “법적 신고제는 껍데기… 공개·검증 구조가 있어야 공정시장 가능"

서울 지역 용달화물 기사들은 “법은 있어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화물 주선업체가 운송요금의 최대 절반을 수수료로 가져가지만, 운임총액과 실제 공제액이 기사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배달앱 업계가 중개수수료를 2%대로 낮추는 합의를 발표한 반면, 화물시장은 여전히 20~50%대 수수료가 관행으로 굳어 있다.


도심 건물 앞에서 물류를 운송 중인 소형 화물차. ⓒ교통일보 화물운송 시장에서 주선업체는 화주와 계약을 맺고 전체 운임을 받은 뒤, 그중 일부를 기사에게 지급한다. 문제는 이 운임총액이 기사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 기사들은 자신이 얼마짜리 운송을 수행했는지조차 모른 채, 주선업체가 통보하는 금액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업체는 보험료나 관리비를 추가로 공제하면서도 정산서에 이를 명시하지 않아, 실제 기사 손에 남는 금액이 전체 운송료의 6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불투명 구조는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2024년 7월부터 주선사업자가 운임과 수수료율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표준 운송주선약관도 마련해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신고제는 신고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계약서 사용도 사실상 강제되지 않는다. 감독기관이 허위 신고를 검증하거나 제재한 공식 사례도 거의 없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감독과 공개, 제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로 인해 현장 기사들은 ‘깜깜이 계약’에 내몰리고 있다. 화주가 10만 원을 냈더라도 주선업체가 5만 원만 기사에게 전달하면 그 차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수수료율을 묻는 순간 거래가 끊기는 경우도 많아, 불공정을 체감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주선업계는 이에 대해 “수수료에는 공차율 관리비나 보험료, 플랫폼 유지비 등이 포함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제 항목이 업체마다 다르고, 정산서 작성이 의무가 아니어서 기사들은 여전히 자신이 얼마나 공제당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신고제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자율 수수료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특별시개인(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사무실 입구. ⓒ교통일보 반면 같은 플랫폼 기반 시장인 배달앱 분야는 제도 개선이 한발 앞섰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5년 1월 22일 “중개이용료를 최대 7.8%포인트 인하하고, 2월부터 상생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한 자율 조정 방안으로, 플랫폼 수수료 구조가 처음으로 공식 인하된 사례다.


앞서 정부·여당과 주요 플랫폼이 참여한 상생협의체는 2024년 7월 23일 출범해 음식점이 부담하는 중개수수료를 2.0~7.8% 수준으로 낮추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후 서울시와 신한은행이 협력해 운영하는 공공배달앱 ‘땡겨요’가 등장하며, 중개수수료를 2% 수준으로 책정하고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내세웠다. 배달앱 시장은 제도적 개입 없이도 자율적 수수료 조정이 이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2025년 7월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운송주선 수수료의 산정 기준과 상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접수됐다. 


이 법안은 현행 신고제만으로는 주선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수수료의 상한과 산정방식을 법률로 명문화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역시 같은 날 “화물운송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운송주선사업자 관리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처는 표준계약서 사용 확대, 정산 내역 명시 의무화, 거래정보 공개 등을 추진해 기사들이 운임총액과 공제 항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영세 주선사업체의 운영 여력이 떨어지고 거래가 음성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현장 기사들은 이러한 정부 태도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최지훈 서울특별시개인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부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신고만 하면 끝나는 구조여서, 주선업체가 어떤 수수료를 적용해도 사실상 제재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용달화물기사는 시민의 생필품과 가전, 이삿짐을 나르는 생활 물류의 핵심이지만, 정작 제도적 보호는 부족하다”며 “배달업계처럼 정부가 주선업체의 수수료 상한을 관리하고,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2.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3.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4.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5.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6.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7.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8.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9.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10. 오세훈 "버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해야"…교통공사 정원 감축은 '시민 요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시내버스도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재확인했다.오 시장은 이 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현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와의 정원 협상이 쟁의 절차로 이어지는 상황과 시내버스 통상임금 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