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기자] 대구 도심 곳곳에서 밤이나 비 오는 날 차선이 보이지 않아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비온 날 도로상황
'스텔스 차선'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차선 시공 방식의 한계와 예산 부족이 맞물려 발생한 복합적 문제로, 야간 교통사고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택시·버스·승용차 운전자들은 방향 감각이 흐려져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대구 동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4,584건 중 17.4%가 밤이나 악천후에 집중됐다. 낮에 비해 차량 통행량은 줄지만 교통사고는 오히려 야간이나 악천후에 자주 발생한 것이다. 이는 스텔스 차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텔스 차선이 생기는 근본 원因은 '글라스 비드'라 불리는 미세한 유리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유리알이 차선 도료 위에 뿌려져야 차량 헤드라이트 불빛을 반사하는데,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융착식 도색 방식과 시공 절차가 반사 성능 확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도료가 단단히 굳기 전 유리알이 충분히 박히지 않고 그냥 표면에 얹힌 채로 남는 경우가 많다보니, 접착력이 약해 금방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휘도 저하가 빨리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대구공공시설공단 자료
현재 대구시 차선(폭 20m 이상 도로 기준)은 총 1만600km에 달하며,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한다. 차선 상태는 5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일반적으로 3등급(제한 수명)부터 다시 칠해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의 차선 보수 예산은 2023년 15억 원에서 올해 6억 원으로 60% 넘게 급감했다.
예산이 줄면서 공단은 5등급(즉각 재도색)과 4등급(초기 불량) 위주로만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비교적 위험이 덜해 보이는 3등급 구간은 장기간 방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도로 관리가 예산 절감 논리에 묶여 잠재적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 관리의 어려움도 문제다. 공단 도로시설팀 관계자는 "내구성이 좋게 도색하려면 날씨가 어느 정도 받아줘야 하는데, 실제로 공사를 적기에 진행할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공사 때문에 도로가 막히면 민원이 잇따라 도료 건조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차선 도색 공사 시기가 몰리는 문제도 지적된다. 한 전문가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공사 시기를 분산하는 게 필수다. 하지만 예산 집행 시스템 탓인지 특정 기간에 공사가 집중돼 인력 운용이 불안정해진다. 시공에 적합하지 않은 날에도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텔스 차선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스템 전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 동구 한 의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마모도 측정 시스템 등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고성능·장수명 차선 도료 시범 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공 후 품질 관리를 강화하려면 감리 체계 보완 등 예방 중심의 예산 집행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철석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