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운전기사에게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의무화한 규제를 두고, 노사 모두 근로형태 유연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제도가 인력 이탈과 가동률 하락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면서, 국회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제도 손질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인택시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한 규정은 2021년 1월 서울에서 먼저 시행됐다. 정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업계 반발로 시행 시점을 2026년 8월 19일까지 유예한 상태다. 이 기간 동안 국토교통부는 택시발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업계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했다. 유예 종료 시점을 앞두고, 국회는 현행 규제를 유지할지, 손질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과거 일부 지역에서 소정근로시간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며, 최저임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운행해도 소정근로시간은 2~3시간으로 잡히는 사례까지 나오자, 정부가 아예 법으로 주 40시간 이상을 못 박는 방식을 택했다. 제도 취지는 임금 안정과 노동 보호였다.
그러나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플랫폼 이동서비스 확산, 택시 수요 감소, 기사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고정된 근로시간 기준이 오히려 신규 기사 유입과 탄력적 운행을 가로막는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임금 보호 장치가 현장에서는 인력 충원과 운영 유연성을 막는 규제가 됐다”는 평가도 한다.
노사 양측이 동시에 ‘근로형태 유연화’를 요구하는 점은 이례적이다. 사측은 주 40시간 기준에 맞춘 최저임금 지급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월급제를 감당하려면 기사 1인당 월 500만원 안팎의 운송 수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택시 공급 과잉과 요금 규제가 유지되는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노조 역시 현행 제도가 고성과자의 실질 소득을 낮추고, 고령 기사에게 장시간 근무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방향은 다르지만, 현 제도가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인식은 공유되고 있다.
수치로 보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법인택시 운전자는 7만2555명으로, 2015년 말 11만6186명과 비교해 37.5% 줄었다. 2020년 말 8만5169명과 비교해도 14.8% 감소했다. 서울 법인택시의 가동률은 2019년 50.4%에서 2022년 32.5%로 급락한 뒤, 이후에도 30% 초·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법인택시 2만2567대 가운데 31.2%인 7047대는 아예 운행하지 않는 휴업 상태다. 운수종사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도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사업자 수 역시 줄고 있다. 전국 법인택시 업체는 2015년 말 1700개사에서 올해 7월 1630개사로 감소했다. 휴업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 업체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제조업에서 이 정도 가동률과 인력 감소면 이미 구조조정 단계를 넘어섰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장에서는 과거 방식으로의 회귀가 나타난다.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월급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사납금제나 도급 형태로 운영되는 업체가 남아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규정을 지키다 회사가 무너지는 것보다는, 버티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제도 밖의 방식이 다시 고개를 드는 셈이다.
대조적으로, 플랫폼 기반 이동서비스나 배달 대행 시장은 상대적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덜 겪어 왔다. 업계에서는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젊은층 유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잡한 자격 절차와 경직된 근무 구조, 낮은 소득 전망이 겹치면서 전통 운수업으로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논쟁의 핵심은 ‘노동 보호냐, 산업 생존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주 40시간이라는 획일 기준을 유지할 것인지,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유연화를 허용할 것인지라는 규제 설계의 문제에 가깝다. 유연화를 허용할 경우에도 노동 보호 장치를 어떻게 둘 것인지, 반대로 현행을 유지할 경우 산업 구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다.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국회는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법인택시 근로시간 규제는 ‘보호 장치’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현실과 어긋난 제약’으로 손질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현장 붕괴 지표가 누적되는 가운데, 제도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은 산업 유지 전략과 노동 보호 원칙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