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협회 가입을 임의 규정으로 두면서 전국 용달화물 차량 약 3만 대가 세금·안전·관리 체계 밖에서 영업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불법 운송 적발 건수 증가와 시장 불공정, 도로 안전 저하 우려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서울특별시개인(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입구. (사진=교통일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한 지식산업센터 앞. 이른 아침부터 1톤 트럭들이 드나든다. 일부 차량에는 협회 스티커도, 운송 자격증명도 보이지 않는다. 차주 박모씨는 "협회요? 거기 들어가면 회비 내고 이것저것 귀찮아서요. 일감은 앱으로 직접 받는데 굳이 필요하냐"며 협회 미가입 상태로 영업 중이라고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고 선택한 것이다.
가입률 60%…제도 밖 3만 대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운송 자격 취득과 안전교육은 의무화하면서도 협회 가입은 임의 규정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 구조로 인해 관리·감독 체계가 이원화됐다. 허가는 국가가 담당하지만, 실제 의무 이행은 협회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협회 밖 차량은 사실상 통제 사각지대에 놓인다.
전국개인(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허가 차량 약 8만1천 대 가운데 가입률은 60% 수준에 그친다. 단순 계산으로 약 3만 대가 협회 바깥에서 영업 중인 셈이다. 동시에 불법 화물 운송 적발 건수는 2022년 3만2천 건, 2023년 3만4천 건, 2024년 3만6천 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단속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위반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시개인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윤순용 전무이사는 "협회 가입이 임의 규정으로 남아 있는 한 제도 자체가 허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법적 근거가 없으니 단속도 못 한다"고 말했다.
공정성 붕괴…합법 사업자 역차별
이 구조는 시장 경쟁 질서를 왜곡한다. 협회 가입 차량은 회비 납부, 세금계산서 발행, 정기 검사, 안전교육 등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반면 미가입 차량은 상당 부분 이를 회피할 수 있어 비용 구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서울에서 영업 중인 김모씨는 "나는 세금 다 내고 교육도 받는데, 미가입 차량은 그 비용을 안 쓰고 더 싸게 일감을 가져간다"며 "같은 시장에서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곧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합법 사업자가 불리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세수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교통세무 전문가는 "미가입 차량의 일부 소득이 과세망 밖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전 사각지대…교육 의무도 빠져
안전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협회 가입 차량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는 정기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미가입 차량에는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적재 기준 준수, 피로 관리, 사고 대응 요령 등 기본 안전 교육에서 이탈한 차량이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구조다.
교통안전 전문가 정모씨는 "1톤 트럭도 적재 불량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교육 사각지대가 넓어질수록 도로 전체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사각지대가 생활물류 플랫폼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거래·심부름 플랫폼에는 사업자 등록이나 자격 표시 없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시글이 다수 확인된다. 플랫폼 운영사 역시 사업자 여부를 별도로 검증하지 않는 구조여서 제도 공백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입법 공백…해법은 여전히 ‘검토 중’
법적 쟁점은 명확하다. 협회 가입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교통 법제 전문가 서모 변호사는 "협회 가입 의무화가 위헌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며 "공공성이 인정되는 영역에서는 기본권 제한도 합헌 판단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결사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어 입법 설계의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관계자는 "협회 가입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며 "현행 체계 안에서 가능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입법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장은 이미 결론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 측은 전산 통합과 단속 권한 일원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제도는 수년째 제자리다. 그 사이 불법 적발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문래동에서 다시 만난 박씨는 "법이 바뀌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구조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가 만든 틈이다. 세금도, 안전도, 공정 경쟁도 비켜가는 이 공백을 메우는 일은 결국 입법의 영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 인식이 아니라, 결론을 내릴 정치적 의지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