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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교통기본법 추진에 택시 '준대중교통' 논쟁 재점화…지원 범위 놓고 충돌
  • 하성우 기자
  • 등록 2025-09-11 19: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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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법안 발의·대통령 공약 맞물려 논쟁 다시 공식화
  • 택시업계 "법에 명문화" vs 재정·버스업계 "재원 분산 우려"
  • 교통 취약지 현실이 던지는 질문…"국가 책임 어디까지"

국회와 정부가 교통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택시 '준대중교통'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여야 법안 발의에 대통령 공약까지 맞물렸지만, 택시업계와 버스업계·재정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택시를 넣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국가가 어디까지 이동 서비스를 책임질 것인가'로 번지고 있다.


서울 도심을 주행하는 택시들. (사진=교통일보)10년 넘게 택시를 몬 서울 중구의 법인택시 기사 박모씨(58)는 요즘 새벽 첫 손님을 태울 때마다 같은 계산을 반복한다. 연료비, 차량 리스료, 회사 납입금. "버스 기사는 적자 나도 월급 나오잖아요. 우리는 손님 없으면 그냥 0원이에요. 규제는 버스랑 똑같이 받는데." 그가 다니는 회사는 3년 전부터 차량을 줄이고 있다. 한때 80대를 굴렸지만 지금은 60대로 쪼그라들었다.


국회와 정부가 교통기본법 제정을 본격 추진하면서 택시를 '준대중교통'으로 포함할지를 둘러싼 이해 충돌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택시업계는 법적 지위 부여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재정 부담과 기존 대중교통 지원 구조를 이유로 신중론과 반대가 맞서고 있다. 


이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통기본법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택시의 지위 문제는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매번 재정 부담과 이해관계 조정 문제에 막혀 결론 없이 끝났다. 20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에는 대통령 공약 이행과 여야 법안 발의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논의가 다시 공식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각각 교통기본법안을 발의하면서 법 제정 자체에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법안 모두 국민의 이동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통 서비스 제공에 최소한의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핵심 쟁점에서는 갈린다. 윤 의원안은 택시를 '준대중교통'으로 법률에 직접 명시해 국가 지원 근거를 조문에 못 박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엄 의원안은 택시의 공공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지원 여부와 범위는 별도 시행령과 조례에 위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보좌관 이모씨는 "두 법안 모두 택시를 교통기본법 체계 안에 넣는다는 방향성은 같지만, 지원 근거를 법률에 규정하느냐 시행령에 남겨두느냐에서 실질적으로 갈린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시행령 위임 방식을 사실상 반쪽짜리로 본다. 법률에 명시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거나 예산이 빠듯해질 때마다 지원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준대중교통'은 현행법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버스·철도·도시철도·여객선을 대중교통으로 규정하며 택시를 명시적으로 제외한다. 준대중교통 지위가 부여된다면 재정 지원 근거 마련, 요금 조정 협의 구조 참여, 서비스 최저 기준 적용 등이 따라올 수 있다. 교통정책을 연구하는 서울 소재 국립대 김모 교수는 "지위 부여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지원 체계의 범위, 재원 분담 원칙, 서비스 기준이 동시에 설계되지 않으면 또 공전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논쟁에서 플랫폼 택시 사업자들의 위치도 미묘하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법인·개인택시와 달리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별도의 규율 체계 아래에 있다. 교통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택시가 준대중교통으로 편입될 경우, 플랫폼 기반 택시 서비스가 같은 지원 체계에 포함되는지, 아니면 별도 범주로 남는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어떤 법안에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 최모씨는 "공공성 지원을 받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의무나 요금 규제도 따라오는 게 맞는데, 그 부분의 설계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준대중교통 개념을 도입하면서 플랫폼 택시를 어떻게 다룰지를 정리하지 않으면, 법 시행 이후 또 다른 갈등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에서도 나온다.


택시업계가 법적 지위 요구에 나선 배경에는 누적된 경영 압박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택시는 올해 7월 말 기준 24만6838대로, 법인 8만2246대, 개인 16만4592대가 운행 중이다. 택시는 버스·철도와 달리 대중교통으로 분류되지 않음에도 도심 심야·오지 이동 등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사실상 공공 이동 서비스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핵심 논거다.


경영 실태는 수치로 드러난다. 법인택시는 최근 10년간 전국 89개 업체가 폐업했고 면허 대수도 9100여 대 줄었다.(국토교통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전후해 운수종사자 1만여 명이 이탈했고, 가동률이 15% 하락하면서 운송수입이 연간 1800억 원 감소했다. 


이상택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버스는 적자가 나면 지자체가 보전해준다. 택시는 요금을 올리고 싶어도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경영이 나빠도 아무도 보전해주지 않는다"며 "규제는 받으면서 지원은 없는 구조를 바꿔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편 논리의 무게중심은 재원 배분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이미 막대한 공적 재정을 흡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서울시가 2025년 버스 준공영제에 편성한 재정 지원 예산은 약 7600억 원에 달한다.(서울시 2025년 본예산) 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등 주요 광역시까지 합산하면 전국 버스 준공영제 관련 지자체 지출은 연간 1조5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한국교통연구원, 2024) 


여기에 택시를 유사한 방식으로 지원할 경우 추가로 어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은 2023년 연구에서 수요응답형 서비스 연계 등 최소 지원 시나리오를 기준으로도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한국교통연구원, '지역 교통복지 실현을 위한 교통기본법 도입방안', 2023)


고민철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준공영제 버스조차 운영비를 자체 수입으로 감당하지 못해 지자체 보전금으로 겨우 유지되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택시까지 같은 지원 체계에 묶으면 결국 버스 예산이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쟁이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가는 동안, 지방에서는 이 문제가 차원이 다른 현실로 나타난다. 노선버스가 하루 두세 차례 운행하는 경북 의성군 농촌 마을에 사는 정모씨(73)는 "버스 타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병원 가는 날은 결국 택시를 쓰는데, 읍내까지 2만 원이 넘는다. 한 달에 몇 번씩 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서울 시내 택시 이용자와 농촌 어르신의 택시 의존도는 겉으로는 같은 수단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 격차가 교통기본법 논의에서 핵심 근거가 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0곳 이상이 버스 노선이 극히 제한된 이동 취약 지역으로 파악된다.(한국교통연구원, 2023) 이들 지역에서 택시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될 경우, 지자체가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를 택시 기반으로 운영하거나 운행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적 발판이 생긴다. 


일본은 2014년 지역공공교통활성화재생법 개정을 통해 인구 감소 지역에서 지자체가 택시 운행비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을 법제화했고, 프랑스도 농촌 지역 이동권 보장을 위한 택시 보조 근거를 교통조직법에 명시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핵심은 대도시 택시 전반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대중교통 공백 지역에 한정한 조건부 지원이라는 점이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준대중교통 지원을 설계한다면 보편 지원이 아니라 교통 취약 지역에 한정한 조건부 지원 모델이 현실적"이라며 "그래야 재정 논쟁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맥락도 논쟁을 가열시킨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표한 교통 분야 공약집에서 "택시의 준대중교통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원의 규모와 방식에는 '재정 여건과 제도 설계를 고려한 합리적 범위'라는 단서가 붙었다. 


공약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업계는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고, 당정도 아직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율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법 제정이 번번이 무산됐던 배경에는 지원 대상 확대가 곧바로 예산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결국 이 논쟁의 핵심은 교통기본법이 교통복지의 외연을 넓히는 법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지원 체계를 재정의하는 법이 될 것인지에 있다. 


택시를 포함할 경우 지원 형평성과 재원 배분 기준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가 뒤따라야 하고, 포함하지 않을 경우에는 택시의 공공적 역할을 제도 밖에 두는 현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선택이 된다. 


새벽 도심을 달리는 박모씨의 택시 미터기는 오늘도 무심히 돌아간다. 법이 그를 대중교통 체계 안에 넣느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그가 태우는 손님들의 이동은 계속된다. '국가가 어디까지 이동 서비스를 책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 택시를 그 체계 안에 어떻게 위치시킬지가 비로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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