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 수리비를 둘러싼 보험사와 정비업계의 갈등이 국회 간담회로 번졌다. 수리 후 일방적 삭감과 손해사정 내역 비공개로 소비자 피해가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정비보험 수리비 분쟁’ 간담회. (사진=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9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병덕·김남근 등 8명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자동차정비보험 수리비 분쟁' 간담회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용호 한국지엠 서비스센터협의회 회장은 "보험사가 수리 전 비용을 확정하지 않고 수리가 끝난 뒤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호소했다.
이한나 금호자동차정비공업사 대표 역시 "지불보증조차 받지 못한 채 불확실성을 떠안는다"며 불공정 구조를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정비업체의 87.6%가 보험사와의 거래 중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문제의 구조는 단순하다. 보험사는 자체 손해사정 시스템(AOS)을 기준으로 수리 시간과 부품 교체가 과도하다며 삭감한다.
반면 정비업계는 제작사 매뉴얼에 따른 정당한 청구라고 맞선다. 삭감이 이뤄지면 소비자가 차액을 떠안거나 수리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는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수리 전 수리 범위·방법·비용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동의권이 무력화되고, 손해사정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왜 삭감됐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처리'가 반복된다. 보험사가 대체부품 사용을 권장하면서 소비자가 순정부품을 고집할 경우 차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도 선택권을 제약한다.
보험사 측은 수리비가 매년 급증하면서 보험료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해명한다. 경미한 사고에도 과도한 부품 교체가 이뤄지면 전체 가입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손해사정 내역은 내부 기준과 개인정보가 포함돼 전면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권정순 변호사는 "보험사 자회사 중심의 손해사정 구조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크다"며 손해사정 내역서 교부 의무화와 공정 거래 관행 정착을 요구했다.
하성용 중부대 교수는 "제작사 매뉴얼과 보험사 기준의 괴리가 결국 소비자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며 국토부가 매뉴얼 기반의 수리기준을 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안수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본부장은 "수리 전 범위·방법·비용을 확정해 소비자가 동의하고 보험사가 지불보증을 한 뒤 사후 지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수리기준은 보험사가 아닌 정부가 제작사 매뉴얼을 기반으로 고시해야 객관성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표준 작업시간과 공임 산정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고, 손해보험협회는 과실 비율과 개인정보 문제로 전면 공개에 한계가 있다고 항변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수리비 산정과 청구 과정이 투명해져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공적 관리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의원들은 손해사정 내역서 공개 의무화, 수리기준 표준화, 지불보증 의무화 등을 포함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