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시 4개 단체가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공동 성명을 냈다. 기술 흐름 자체는 인정하되, 25만 운수종사자의 생존권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일방적 정책 추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입구. (사진=교통일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5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자율주행 업계에 세 가지 원칙을 강력히 촉구했다.
첫 번째 요구는 택시 면허 체계를 기반으로 한 제도 설계다. 단체들은 택시 면허 제도가 단순한 운행 허가가 아니라 수십 년간 안전 기준과 서비스 품질, 시장 수급을 조절해온 검증된 사회적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과 자본 논리만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무책임한 행위이자 교통 대란을 자초하는 길"이라며 이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두 번째는 정부 책임의 출구전략 마련이다. 단체들은 기술 전환으로 인한 산업 재편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강조하며, 소극적 지원책 나열 수준을 넘어선 구체적 계획을 요구했다.
현실적 보상을 통한 감차 사업, 대체 산업 전환을 위한 실효성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 사업 전환 희망자를 위한 금융·행정 지원 등이 명확히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운수종사자의 자발적이고 존엄한 퇴로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책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한국형 'K-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이다. 미국·중국 모델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국 교통 현실을 외면하는 과오라고 지적했다. 수
십 년간 쌓인 운수업계의 현장 경험과 데이터가 성공적인 K-자율주행 모델의 핵심 자산이라며, 정부·운수업계·자율주행 업계가 동등한 주체로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요구했다.
이번 성명은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율주행 시대, 한국 택시 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 보고서에 대한 업계의 공식 반응이기도 하다.
한은 보고서는 택시 면허 총량제 완화와 기존 종사자에 대한 엑시트 플랜 마련 등을 제안했으며, 준비 없는 도입이 뉴욕 우버 사례처럼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단체들은 "미래 교통 정책은 특정 기술이나 자본의 논리가 아닌, 기존 산업과 노동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 소통과 투명한 논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