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통근용 전세버스 운행이 허용됐다. 국토교통부가 세부 운행 기준을 담은 고시를 발령하면서 신도시 등 교통 인프라가 미흡한 지역의 출퇴근 이동을 전세버스로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전세버스들이 도로에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수도권 공동주택 거주자를 위한 통근용 전세버스 운행가능 요건에 관한 고시'(국토교통부 고시 제2025-477호)를 발령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3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통근 전세버스 운행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뒤, 국토부와 서울시, 업계 간 약 8개월의 협의 끝에 세부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운행이 허용되는 조건은 네 가지다. 버스정류장까지 거리가 400m를 넘거나 도시철도역까지 800m 이상 떨어진 경우, 노선버스 배차 간격이 20분을 초과하는 경우, 대중교통 이용 시 환승 횟수가 두 번 이상인 경우, 전세버스를 이용하면 이동 시간이 대중교통보다 20분 이상 단축되는 경우 중 하나를 충족하면 운행이 가능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나 임대사업자가 전세버스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운행 시간은 평일 오전 6시~8시, 오후 6시~8시로 제한되며 주말과 공휴일은 운행 대상에서 빠진다. 운행 범위는 둘 이상의 시·도를 넘는 경우로 한정하고, 기점과 종점 기준 각각 3km 이내에서 최대 두 곳까지 중간 정차가 가능하다. 계약 전에는 관할 행정기관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 도심 혼잡 방지를 위한 진입 제한 구간도 함께 지정됐다. 강남대로(양재역~신사역), 세종대로(광화문~서울역), 삼일대로(한남초교~안국역), 통일로(서울역~홍은사거리), 송파대로(잠실역~송파역) 등 서울 주요 혼잡 구간 8곳에서는 차량 진입과 정차가 금지된다.
이번 제도는 수도권 신도시처럼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가 먼저 들어선 뒤 버스 노선과 철도망이 뒤늦게 갖춰지는 지역의 출퇴근 불편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한 대규모 주택단지 입주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교통 인프라 공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정식 노선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전세버스가 보조 교통수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세버스 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단체 관광과 학교 현장 학습 수요가 급격히 줄었고, 이후에도 회복 속도가 더딘 탓에 업계 전반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박영수 서울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기획관리실 과장은 "코로나19 이후 단체 관광이 크게 줄어든 데다 학교 현장에서도 안전 문제나 학부모 민원 등을 이유로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이전보다 신중하게 운영하는 분위기"라며 "전세버스 수요 자체가 예전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신도시 아파트 단지 통근버스 시장이 형성된다면 관광·행사 중심이던 전세버스 운행 구조가 통근 수요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대중교통 체계와의 관계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버스 노선이 부족한 지역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기존 시내버스나 광역버스 수요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광역교통망이 충분히 갖춰져 운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단지는 즉시 운행을 중단하도록 했다. 운행 기준과 서울 도심 진입 제한 구간의 타당성은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신도시와 수도권 외곽 지역의 출퇴근 교통 문제는 오랜 과제였다. 이번 제도가 교통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동시에 전세버스 산업이 관광 중심 구조에서 통근 수요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