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가 인구감소지역 철도역을 중심으로 카셰어링 거점을 넓히기로 하면서 플랫폼 모빌리티가 지방 교통 공백을 채우는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버스 노선 감소와 인구 감소가 겹친 지역에서 철도와 차량 공유를 잇는 이동 실험이 본격화됐다.
행정안전부·인구감소지역·한국철도공사·쏘카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생활인구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쏘카)쏘카는 지난달 29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행정안전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인구감소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박진희 쏘카 운영총괄이사, 윤호중 행안부 장관,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 등이 자리했다. 쏘카는 이번 협약에 참여한 유일한 민간기업이다.
협약에 따라 쏘카는 행안부가 지정한 89개 인구감소지역에 쏘카존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거점을 확대한다. 옹진·임실·청양 등 그동안 서비스 영역 밖이었던 46개 지역에 신규 진출한다. 쏘카는 이미 나머지 43개 지역에서 180여 개 쏘카존과 760여 대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쏘카존과 해당 지역 방문 비중이 높은 수도권 교통 거점 쏘카존에 내년 8월까지 대여 요금 55% 할인을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철도 이후 이동을 끊김 없이 이어주는 데 있다. 쏘카존을 KTX 역이나 버스 터미널 같은 교통 거점 인근에 집중 배치해, 지역까지 온 뒤 목적지까지 차량을 빌려 이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쏘카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쏘카-KTX 묶음예약' 이용 10건 중 9건이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인구감소지역을 방문한 카셰어링 3건 중 1건도 교통 거점 쏘카존에서 차량을 빌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 교통 정책에서 '라스트 마일' 문제는 오랜 숙제다. 광역 교통수단으로 지역까지 닿더라도 실제 생활권이나 관광지까지 이어주는 수단이 없어 이동이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버스 노선 축소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이동 수단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승객이 줄어 노선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이 늘면서 기존 대중교통 체계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배경에서 철도와 카셰어링을 결합한 이동 모델이 지방 교통 공백을 보완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 지역이나 관광지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아 방문객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차량 공유 거점이 생기면 관광지 접근성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도 지방 거점 확대는 새로운 수요 확보 전략으로 읽힌다. 대도시 중심으로 성장해 온 카셰어링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광지와 지방 중소도시 등 새로운 이용 수요를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만 플랫폼 교통 서비스 확대가 기존 운수업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지방에서는 택시와 농어촌 버스, 복지택시 등이 주민 이동의 핵심 수단 역할을 해왔다. 카셰어링이 빠르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기존 교통 수단과의 역할 재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원윤호 전국버스연합회 과장은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에서는 버스 노선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이 늘어나고 있어 다양한 이동 수단을 결합한 교통 모델이 필요하다"며 "철도와 차량 공유를 연계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기존 택시나 농어촌 교통 서비스와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스 노선 축소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방에서 이동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는 갈수록 무게가 커지는 교통 정책 과제다. 철도와 차량 공유를 잇는 이동 모델이 지역 교통 체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앞으로의 실증 결과가 그 답을 내놓을 것이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