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단풍구경과 가을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각종 행사와 워크숍이 줄을 잇는다. 전세버스 업계에는 봄철에 이어 두 번째 성수기가 시작됐다.
대기 중인 전세버스들
대구 북구의 한 전세버스 차고지를 찾았다. 평소엔 한산하던 이곳이 가을철을 맞아 부산해졌다. 기사들은 분주히 차량 점검에 여념이 없다. "봄철 3월부터 6월, 그리고 지금 10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이 우리한테는 1년이에요." 20년째 전세버스를 몰고 있는 김모씨(58)의 말이다.
성수기의 그림자
하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단풍철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눈 감고 넘어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익명을 요구한 한 전세버스 기사는 "정식 절차를 다 밟으면 물량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업체들이 꼼수를 부리는 거죠"라고 털어놓았다.
가장 흔한 불법행위는 음성적인 노선 운행이다. 전세버스임에도 특정 노선을 고정해 두고 시내버스처럼 승객을 태우는 것이다. 법원은 이미 이런 행위가 노선버스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내놨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공항에서 이런 불법 운행으로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안전마저 뒷전인 현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과 직결된 불법 개조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한 전세버스 내부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노래방 기계가 설치돼 있고, 좌석 배치도 제멋대로였다. 이런 불법 구조 변경은 120만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지만, 단속에 걸릴 확률이 낮다 보니 버젓이 운행되고 있다.
재생 타이어 사용도 빈번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새 타이어 대신 재생 타이어를 쓰는 것인데,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속도제한장치를 조작하거나, 비상망치와 소화기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운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세버스업계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운행해야 하는데, 매번 안전점검을 제대로 할 여유가 없다"며 "업체도 기사도 모두 눈앞의 수익에만 급급한 게 현실"이라고 실토했다.
복잡한 법적 공백
법적 쟁점도 복잡하다. 전세버스 업계에서는 화물차와 달리 '지입' 형태의 운영이 여객운송법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정식 고용계약을 맺고, 실제로는 지입 형태로 운영하는 업체들이 많다.
한 전세버스 기사는 "업체에서는 직원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내가 차량 관리비부터 기름값까지 다 부담해야 해요. 그러면서 사고 나면 모든 책임은 기사한테 떠넘기죠"라고 하소연했다.
택시나 시내버스 노조에서 이런 불법 전세버스들을 고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불법 영업으로 고객을 빼앗아간다는 이유에서다.
형식적 단속의 한계
그렇다면 당국의 대응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대부분 형식적인 지도점검에 그치고 있다. 봄철 성수기를 맞아 집중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위반 차량에 20만원에서 1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준이다.
지자체 담당자는 "인력이 부족해 모든 차량을 일일이 점검하기는 어렵다"며 "대부분 신고가 들어온 경우에만 단속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18가지 안전점검 항목이 있지만, 불법 구조 변경이나 재생 타이어 사용, 속도제한장치 조작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증언이다. 특히 가을철 성수기에는 단속 인력 대비 운행 차량이 급증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가 생긴다.
투명성이 해답이다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투명성 확보다. 불법 전세버스 적발 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 이용자들이 사전에 확인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찰청도 "승객들의 안전벨트 착용과 차량 내 절제된 행동 등 성숙한 시민 의식이 사고 예방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업계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전세버스를 이용할 때는 전세운행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불법적인 부분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싸고 빠르게"보다는 "안전하게"를 우선에 두어야 한다.
가을여행의 진짜 의미
가을여행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단풍과 추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모두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닐까.
성수기 6개월로 1년을 버텨야 하는 전세버스 업계의 현실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경제적 논리도 승객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이번 가을, 전세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날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가을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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