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전국개인택시연합회) 회장 선거가 소수 이사장의 '합의 추대'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대표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입구. ⓒ교통일보
전국개인택시연합회(이하 전국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단독 출마자가 무투표로 당선된 데 이어, 해당 인사가 취임 보름 만에 구속기소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차순선 전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이미 2024년부터 이사·감사직 매관매직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아왔으며, 2025년 7월 1일 회장에 취임한 뒤 같은 달 18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단독 출마자였기 때문에 별도의 투표 절차 없이 전국연합회장에 자동 당선됐다. 출마를 준비했던 다른 예비 후보들이 조율을 통해 불출마하면서 실질적인 경쟁조차 사라진 결과였다.
30년간 서울개인택시조합에 몸담아온 정문준 조합원은 이 같은 선거 방식은 "명백한 구조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정 조합원은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사회 몇 명이 짜고 치면 수십만 조합원이 손도 못 대고 회장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투표도 없고, 후보 검증도 없는 선거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무투표 당선에 대해 "출마 의사를 가졌던 다른 후보들은 조율을 통해 사퇴했고, 결국 혼자 남은 후보가 투표 없이 당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 방식은 전국 16개 시도조합 이사장들이 특정 인물을 사전에 조율하고 합의 추대하는 구조로, 일반 조합원들은 참여조차 불가능했다.
전국개인택시연합회는 억대 연봉과 판공비 사용 권한을 비롯해 산하 조직인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의 인사와 예산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정 조합원은 "일부 간부들이 회장 추천을 조건으로 직책을 받거나 뒷돈이 오갔다는 의혹도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연합회 본부장 일부를 수사하고 있으며, 불출마를 선언한 강우풍 당시 부이사장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구조적 불투명성'이다. 전국연합회는 약 16만 명의 조합원이 매달 850원씩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약 16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회비가 모이지만, 조합원들은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다.
정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연합회 회의록조차 열람할 수 없고 회의 자체를 참관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권리를 넘어 조합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행태라는 비판이다.
정 조합원은 "전국개인택시연합회는 단순한 민간단체가 아니라, 정부와 긴밀히 연결된 교통정책의 파트너"라며 국토교통부의 무책임한 방관을 질타했다.
그는 "정부가 제도를 방치한 결과, 조합원들은 자신이 낸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조차 모른 채 극소수 이사장의 합의만으로 대표가 결정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기형적이고 반민주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연합회장은 직선제로 선출하거나, 최소한 대의원제를 강화하고 외부 감사와 공정한 자격 심사를 도입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정 조합원은 "많은 택시기사가 바쁜 생계에 치여 연합회 운영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하지만 재주는 택시기사들이 부리고 돈은 연합회가 받아가는 작금의 행태에 대해 이제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것은 특정인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구조에서 대표성을 말할 수 있을지 되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연합회 측은 차순선 회장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국적으로 약 16만 명의 조합원이 있다 보니, 모든 조합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문준 서울개인택시조합 조합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정문준 서울개인택시조합 조합원이 교통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교통일보
- 전국개인택시연합회장(이하 연합회장) 선거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가장 큰 문제는 무투표 당선 구조이다. 회장에 출마한 차순선 씨는 당시에 매관매직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단독 출마’했다는 이유로 선거 없이 자동 당선됐다. 출마 의사를 가졌던 다른 후보들은 조율을 통해 사퇴했고, 결국 남은 사람이 혼자니까 투표 없이 끝났다.”
- 실제로 (투표를 통한) 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해당 선거는) 명단만 제출하면 되는 형식적 절차뿐이었다. (현재의 선거는) 전국 16개 시도조합 이사장들이 미리 조율해서 한 명을 추대하는 구조이다. 일반 조합원은 이 선거에 참여조차 못 한다. 조합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인데 정작 대표를 뽑을 권한은 없다.”
- 연합회장에게는 어떤 권한이 주어지는가.
“연합회장은 억대 연봉, 연간 수억 원의 판공비를 사용할 수 있다. 연합회 산하 직원 인사나 일부 예산 운용 권한도 가지고 있으며,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개인택시 보험 업무를 맡는 자율 운영 조직) 등 공제보험 조직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그 권한은 사실상 조직 전반에 걸쳐 막강하다. 실제로 일부 간부들이 회장 추천을 조건으로 직책을 받거나, 뒷돈이 오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도 이 부분을 수사 중이라고 들었다.”
- (이번 연합회장) 선거 과정에 대해 경찰도 조사를 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연합회의 일부 본부장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강 모 당시 부이사장은 선거에 출마하려다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와 관련하여) 내부에서는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돌고 있다.”
- 조합원 입장에서 (선거 과정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게 있다면?
“(조합원이) 회의록조차 못 본다는 것이다. 전국개인택시연합회는 약 16만 명의 조합원이 각 지역 조합을 통해 매달 850원씩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된다. 단순 계산해도 매달 1억 3,600만 원, 연간 약 16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회비가 모인다.
하지만 정작 이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조합원은 알 수가 없다. 조합원은 연합회의 회의록조차 열람할 수 없고, 회의 자체를 참관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조합원이 낸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전혀 들여다볼 수 없다는 건 명백한 구조적 문제이다. 이같은 구조적 불투명성은 개인의 권리 문제 이전에 조합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문제이다.”
-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보는가.
“전국개인택시연합회는 단순한 민간단체가 아니다. 교통정책 협의와 사업 예산 집행 등에서 정부와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사실상 국토교통부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연합회는 조합원 회비뿐 아니라 정부의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받는 구조인데, 국토부가 이를 ‘사조직 내부 문제’로 치부하며 방관하는 것은 정책 파트너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정부가 제도를 방치한 결과, 조합원들은 자신이 낸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조차 모르고, 수십만 명의 대표가 극소수 이사장의 합의만으로 정해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이 기형적이고 반민주적인 구조를 정면으로 개선해야 한다.
연합회장은 직선제로 선출하거나, 최소한 대의원제를 강화해야 한다. 회장 자격 요건도 보다 엄격하게 정비하고, 외부 감사와 공정한 자격 심사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제도 개선 없이는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많은 택시기사들은 바쁜 생계에 치여 연합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두지 못하거나, 알아서 잘 운영되겠거니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연합회가 우리처럼 매달 회비를 내는 일반 조합원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연합회가 보여주는 작금의 행태는 '재주는 택시기사(조합원)들이 부리고 돈은 연합회가 받아가는 것'이다.
우리(조합원들)는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선거인가?’,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현재와 같은 선거 구조에서, 과연 대표성을 말할 수 있는가?' 하고.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 이건 특정인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내 주장은) 이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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