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공급 과잉 해소를 목표로 한 ‘택시 총량제’가 감차는 지지부진한 반면 신도시에서는 증차가 불가피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제도가 현실의 수요 변화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 도로에 대기 중인 택시들. (사진-연합뉴스)
총량제의 취지는 분명하다. 택시 대수를 줄여 공급 과잉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감차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반면, 인구가 늘어난 신도시에서는 오히려 택시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줄이자고 만든 제도가 줄이지 못하고, 늘려야 할 곳에서는 늘리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괴리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제4차 택시 총량제(2020~2024년) 산정 결과 전국 택시 대수는 19.4% 초과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같은 기간 실제 감차는 25만1796대에서 24만7174대로 4622대, 1.7% 감소에 그쳤다. 초과 공급 상태는 유지됐고, 감차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제도의 배경은 2005년 도입된 택시 총량제다. 전국 156개 택시사업구역별로 인구와 택시 대수 등을 고려해 적정 대수를 정하고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며, 올해부터 2029년까지가 5차 총량제 기간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5차 총량을 확정하거나 마련 중이고, 일부는 이미 연도별 공급 계획을 고시했다.
문제는 택시가 ‘면허 사업’이라는 점이다. 한 번 발급된 면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면허=재산’ 인식이 강해 법적 무형자산으로 취급된다. 그 사이 자가용 승용차는 빠르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택시의 수송 분담률은 2011년 3.6%에서 2022년 2.5%로 낮아졌고, 자가용 승용차는 56.8%에서 64.7%로 높아졌다. 이용은 줄었지만 면허는 남는 구조가 고착됐다.
감차가 더디게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보상금’이 지목된다. 정부가 택시면허를 사들이는 데 지원하는 금액은 국비 390만원, 지방비 910만원을 합쳐 대당 1300만원 수준이다. 추가 지원을 하더라도, 면허를 양도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보상금이 낮아 사업자가 면허를 반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도 예산 부담을 호소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해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시가 제시한 금액보다 업계 요구가 커 입장 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도시 사례도 다르지 않다. 서울은 현재 7만1632대의 택시가 등록돼 있다. 3차 총량제(2015~2019년) 당시 1만1831대 감차를 목표로 했지만, 2016년 50대, 2017년 24대 등 74대 줄이는 데 그친 뒤 감차 사업을 중단했다. 인천시는 5차 총량 산정 결과 과잉 대수가 2942대(강화·옹진 44대 포함)로 나왔지만, 실질적인 감차보다는 자연 감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2014년부터 신규 면허 발급을 중지했다.
보상금을 크게 올린 지역에서도 논쟁은 이어진다. 제주도는 5차 총량 산정 용역 결과 적정 대수를 4469대로 보고, 현재 5316대에서 847대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도 택시감차위원회는 법인택시 보상금을 3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개인택시는 1억원에서 1억805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정했다. 다만 택시노조는 “보상금 인상이 실제 감차로 이어지지 않고 면허 가격만 끌어올리는 미봉책”이라며 “지난 5년간 감차 정책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총량제가 지역 간 인구 이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용인시 등 신도시처럼 인구가 늘어난 곳에서는 택시가 부족해 증차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신도시 인구 증가는 인근 지역의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에도, 줄어드는 도시는 면허가 그대로 남는다. 한번 발급된 면허가 인구 변화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구조 때문이다.
이용자 감소 속도와 공급 조정 속도의 괴리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용자는 빠르게 줄어드는데 등록 대수는 크게 변하지 않아 상시적으로 어려움이 이어진다. 반대로 특정 시기에 수요가 늘면, ‘면허는 있지만 실제 운행하지 않는’ 차량이 많아 공급 부족 현상이 반복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택시가 많다고 불편을 제기하는 시민은 없다”며 “택시 감차가 무엇을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량제는 ‘줄이기 위한 제도’로 설계됐지만, 현실에서는 줄이지 못하는 구조와 늘려야 하는 지역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제도가 수요 변화와 면허 구조를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는지가, 총량제의 실효성을 가르는 기준으로 남아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