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개인택시조합의 복지이직금 제도가 회비에 의존한 순차 지급 방식으로 운영되며, 누적 미지급금이 900억 원(2025년 8월 기준)을 넘어섰다. 신규 회비로 기존 수급자의 이직금을 충당하는 구조가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지적 속에, 이사장 교체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도 개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잠실 교통회관내 7층 서울개인택시조합 사무실 입구 (교통일보 자료사진) 복지이직금은 개인택시 기사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거나 조합을 탈퇴할 때 받는 퇴직금 성격의 제도다. 그러나 개별 계좌에 적립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모아둔 기금에서 순차 지급된다.
이 기금은 신규 조합원이 납부한 회비로 기존 수급자의 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적립식 기금이 아닌 돌려막기 구조여서, 신규 가입자 감소나 회비 납부 축소 시 지급 여력이 급격히 약화된다.
조합 내부 자료에 따르면 미지급금은 2020년 약 600억 원에서 2025년 8월 현재 900억 원을 넘어섰다. 신규 가입자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수급자 증가가 겹치며 재정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조합원은 신규 회비로 기존 수급자의 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다단계 금융사기의 전형적 메커니즘인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고 비판한다. 실질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순차 지급만 반복되는 구조는, 기금이 언젠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순선 전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선거 당시 복지이직금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워 조합원 지지를 받았지만,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결국 이사장 자리가 가진 연 수억 원 규모의 예산 집행권, 인사권, 대의원 지정권과 보직 배분권 등 막강한 권한만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택시 기사들은 조합을 떠나기 어렵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개인택시 사업자는 면허 취득 이후 각종 등록 절차와 운행 신고, 보험 연계 등을 위해 조합과의 행정 협조가 사실상 필수적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공제조합 가입, 차량검사, 복지제도 이용, 대외 민원 대응 등 실무 전반이 조합 중심으로 이뤄져 미가입 시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조합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음에도 다수 기사들이 제도적·현실적 제약 속에서 탈퇴 대신 침묵을 선택하고 있다.
현재 복지이직금 관련 소송에는 수백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조합원들이 서울개인택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조합원들이 승소했고,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차순선 씨는 현재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선거가 예정돼 있지만, 조합원들은 “이사장이 바뀌어도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복지이직금 문제는 반복된다”고 우려한다.
한편 복지이직금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복지회 조항을 정관에 신설·변경할 때 거친 승인 절차에 문제가 없었으며, 정관 변경은 적법성과 타당성이 확인되면 승인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복지회 가입 후 3개월이 지나면 탈퇴가 가능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또한 택시조합이 사적 자치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어서 회계나 복지금 운용에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개입 여부를 두고 조합원들이 제기한 별도 소송에서는 1심과 2심 재판부가 모두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원들은 “승인권을 가진 서울시가 구조적 부실을 방치했다”며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정문준 조합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거짓 약속으로 차순선 이사장이 권력을 연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로 위에서 번 돈이 사라졌다”, “복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배신감이 조합원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는 조합 정관 승인권을 가진 만큼 구조적 부실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