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단속 급증으로 교통법규 위반 적발이 일상화된 가운데 상습 위반자를 별도로 관리·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과태료·범칙금 중심의 현행 체계로는 재범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면허 제한과 맞춤형 행정처분 도입 필요성이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
상습 법규위반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세미나'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25일 국회에서는 ‘상습 법규위반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세미나’가 열렸다. 주최 측과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무인단속 장비가 급증하면서 적발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정작 반복 위반자를 겨냥한 관리·처벌 체계는 제자리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말 기준 무인단속으로 적발된 교통법규 위반이 약 2569만건으로 2020년 대비 58.8% 증가했다”며 “적발 규모 확대가 곧 사고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운전자 특정’과 ‘재범 억제’다. 박준영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부교수는 무인단속 비중이 전체 위반의 93%에 달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행 제도는 차량 소유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어서 실제 운전자에 대한 벌점·교육·면허 관리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반복 위반자가 누적돼도 위험군으로 체계적으로 분류·관리되지 못하고, 동일한 위반이 되풀이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박 부교수는 대안으로 위험군별 분류와 맞춤형 행정처분 도입을 제시했다. 무인단속 데이터 기준으로 최근 3년간 7회 이상 적발자를 ‘상습 위반자’로 정의하고, 고위험군에는 교육·벌점 강화, 면허 제한, 심리치료 연계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체계를 도입할 경우 연간 약 1100억원의 사고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28회 이상 적발되는 고위험군의 사고율·사망자 수·사고 비용이 일반 운전자 대비 높다는 점을 근거로, 동일한 처벌을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도 운용 측면의 허점도 도마에 올랐다. 류준범 한국도로교통공단 수석연구원은 적성검사 면제, 교육 부재, 체납자 관리 미흡 등으로 고위험 운전자를 사실상 방치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시 적성검사 제도는 존재하지만 행정 절차가 지연되거나 실효성이 떨어져 현장에서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그는 제2종 운전면허 정기 적성검사 연령 하향 조정, 수시 적성검사 절차 단축, 치료 조건부 판정 도입, VR·실차 기반 운전능력 진단 시스템 시범 운영, 과태료·범칙금 체납자의 면허 갱신 제한 등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처벌 강화의 필요성과 함께 행정 집행의 현실성, 기본권 침해 논란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은 “상습 위반자는 일반 운전자와 동일한 잣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관리 트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재 수위만 높이는 방식이 아닌 교육·치료·재활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재범 억제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속 중심에서 ‘위험도 관리’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옮겨야 한다는 취지다.
무인단속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적발 이후의 정책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숫자만 늘고 사고는 줄지 않는’ 역설이 반복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습 위반자를 조기에 가려내고, 단계별로 교육·제재·면허 관리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한 재범 고리는 끊기 어렵다고 본다. 국회 논의가 처벌 수위 논쟁에 그치지 않고, 위험군 분류와 행정 집행 구조 전반을 손보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