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보행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 등을 참작하여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면도로서 보행자 있는데 빨리 달리면 범칙금 [연합뉴스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환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벌금 7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7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는 제도로, 해당 기간(2년)이 지나면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사고는 지난해 7월 13일 아침, 중앙선 없는 이면도로에서 발생했다. A씨가 운전하던 화물차를 피하려던 B(66)씨가 연석 위로 올라가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B씨는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걷고 있었으며, A씨의 차량이 다가오자 걸음을 멈추고 연석으로 피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는 A씨가 정차 후 출발한 지 불과 10초 만에 벌어졌다.
검찰은 A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서행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기소했으나, A씨는 "피해자가 연석 위에서 넘어질 것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통해 A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 옆을 지날 때 차량을 도로 우측으로 충분히 붙여 운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정중앙에 가까이 운행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A씨가 차량 우측의 다른 사람을 피할 때는 왼편으로 크게 떨어뜨려 운행했던 것과 대비되며, B씨 옆을 지날 때는 오히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했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아주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유족들과 원만하게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이면도로에서의 운전자가 보행자에 대한 더욱 세심한 주의의무를 다해야 함을 시사한다.
하목형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