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대구지역 자동차정비업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최근 기승을 부리는 블랙 컨슈머들의 횡포로 인해 정비업체 대표자들이 이중고를 겪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지역 자동차정비업계가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근 기승을 부리는 블랙 컨슈머들의 횡포로 인해 정비업체 대표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 북구의 한 정비사업장.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가중되는 상황에서, 업계는 체계적인 대비와 대응만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정비사업자들은 블랙 컨슈머의 부당한 요구로 인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금전적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무차별적인 욕설과 폭언,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에서 수년간 정비업체를 운영해 온 한 대표는 최근 겪었던 블랙 컨슈머 사례를 통해 자동차 정비 전 철저한 기록과 증거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정비 후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거나, 수리 과정에 대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할 때가 많다"며,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정비 전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비롯해 정비 과정, 예상 비용 등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를 문서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고객의 동의를 얻어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정비 전후 차량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작업장 내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가능한 모든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확보된 증거들은 추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단순한 구두 합의는 분쟁 발생 시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블랙 컨슈머의 다양한 유형에 따른 맞춤형 대응 절차를 미리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차별적인 욕설과 폭언, 인격 모독, 허위 사실 유포,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한 비방 등 상황별 대응 방안을 사전에 정립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명확히 교육해야 한다.
정비업체 관계자들은 "직원들이 단순히 고객에게 굽실거리는 태도를 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E.A.R 기법(공감, 주의, 존중)과 B.I.F.F 기법(간결, 정보성, 친절, 단호함)과 같은 의사소통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감정적인 대립을 피하고 논리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특히 고객이 아무리 격앙되어 있더라도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는 것을 지양하고, 냉정함을 유지하며 사실에 기반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심리 상담 전문가들은 "감정에 휩싸이면 판단력이 흐려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고객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경우 감정적으로 반박하기보다는 사전에 준비된 증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객의 요구가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 아니면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부당한 요구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만약 부당한 요구가 협박 수준에 이른다면, 망설이지 말고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법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
지역 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막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구 자동차정비업계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비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블랙 컨슈머들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하게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피해자 입장에 머무르지 않고, 체계적인 대비와 대응을 통해 자신과 직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건전한 정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업계 차원의 블랙 컨슈머 공동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피해 사례 공유 및 법률 자문 지원 등을 통해 연대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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