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버스 운전자의 과실이 없음에도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 따른 '공소권없음' 종결로 자동차운전면허대장에 사고 기록이 유지되는 문제에 대해 기록 삭제를 권고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버스 운전자의 과실이 없음에도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 따른 '공소권없음' 종결로 자동차운전면허대장에 사고 기록이 유지되는 문제에 대해 기록 삭제를 권고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버스 운전 중 승객이 스스로 넘어져 다친 사고에 대해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고 확인됐음에도 자동차운전면허대장에 교통사고 기록이 남아 있어 운전자의 직업 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운전자의 과실이 없는 경우 교통사고 종결 형식과 관계없이 자동차운전면허대장의 교통사고 기록을 정정하도록 시정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버스 운전자 A씨가 겪은 승객 피해 사고다. A씨는 버스를 정지한 후 약 12m 서행하며 다시 정차하는 과정에서 하차하려던 승객이 손잡이를 잡지 않고 서 있다가 넘어지면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B경찰서는 이 사고를 조사한 후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불송치 결정서에 명시했다. 하지만 사고 차량이 버스 공제에 가입되어 있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공소권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이 조항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이 보험 등에 가입된 경우 운전자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고로 인한 자동차운전면허대장의 교통사고 기록이 향후 버스 운전원으로 생활하는데 큰 장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A씨는 교통사고 기록 삭제를 요청하는 고충민원을 국민권익위에 제기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37조 제2항에 따라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운전자의 운전면허 교통사고 및 법규 위반 등에 대한 정보를 전산시스템에 등록·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인적 피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28에 따라 자동차운전면허대장의 교통사고 기록을 관리하며, 운전자가 '혐의없음'으로 인한 불송치 등으로 결정되면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경찰조사에서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고 확인되었는데도 '혐의없음'이 아닌 '공소권없음'으로 불송치 결정되어 교통사고 기록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형식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운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의 판결이나 행정심판 재결례에서는 2007년부터 이 민원과 같이 운전자의 과실이 없음에도 '공소권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하여 교통사고 기록을 유지하는 사례에 대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는 운전자 ㄱ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A경찰서에서도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여 벌점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그 결과 운전자의 과실이 없음에도 '혐의없음'이 아닌 '공소권없음'이라는 형식적 판단만을 우선하여 행정조치를 한다면 국민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해 A경찰서장에게 사고 기록을 삭제하라고 시정권고했다.
또한 국민권익위는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되어도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면 사고 기록을 정정하고, 시스템과 법령상 서식을 일치시키는 제도개선을 하도록 경찰청에 의견표명했다. 이는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권익위 박종민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자동차운전면허대장에 기재된 내용은 운전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항으로 부당한 행정조치로 인해 국민의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처리한 사례다"라며, "향후 유사한 민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원적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까지 권고한 점에서 이번 고충민원 해결 사례는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목형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