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노선 유지가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형 택시’가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남 서천군의 ‘100원 택시’를 시작으로 농어촌과 도시 외곽까지 제도가 퍼졌지만, 교통복지 확대라는 성과와 함께 재원 구조와 제도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과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충남 서천군에서 운영된 ‘100원 택시’. 농어촌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3년 처음 도입됐다. (사진=연합뉴스)
버스가 다니지 않거나 배차 간격이 지나치게 긴 지역에서 택시를 사실상 ‘준공공 교통수단’처럼 활용하는 방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100원 택시, 1000원 택시, 행복택시, 마을택시 등 이름은 다르지만, 주민이 소액만 부담하고 나머지를 지자체가 보전하는 구조는 공통적이다.
경기 화성시가 24일 공공형 택시인 ‘행복택시’ 운영 마을을 기존 114곳에서 154곳으로 늘린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이 1회 1000원만 내고 월 일정 횟수까지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공형 택시 모델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사례는 충남 서천군이다. 서천군은 2013년 인구 감소와 이용객 급감으로 수익성이 사라진 버스 노선이 잇따라 폐지되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동권 공백이 커지자 ‘100원 택시’를 도입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700m 이상 떨어진 마을 주민이 콜택시를 부르면 본인 부담 100원만 내고, 나머지는 군이 보전하는 구조였다. 일반 택시를 타면 1만~2만5000원이 나오는 거리도 100~1500원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버스를 유지하는 것보다 재정적으로도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 제도는 2021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9센트 택시’로 소개할 정도로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이후 공공형 택시는 농어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2019년 기준으로도 129개 지자체가 공공형 택시를 운영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현재는 그보다 훨씬 많은 지역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최근에는 대도시와 수도권에서도 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지역이나 교통약자 이동 지원 수단으로 공공형 택시가 활용되고 있다.
대전은 교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월 8회, 본인부담금 1250원 수준의 공공형 택시를 운영 중이고, 대구는 나드리콜 체계 안에서 공공형 택시 3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광주는 외곽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1000원 택시를 운영하고, 인천은 옹진군 등 도서·취약지역에 100원 행복택시를 도입했다. 경기도 역시 ‘경기복지택시’ 운영 마을을 700곳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도의 외형이 커진 배경에는 버스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인구 밀도가 낮고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버스를 일정 간격으로 유지하는 것은 재정 부담이 크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반면 공공형 택시는 수요가 있을 때만 차량이 움직이는 구조라,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동권 보장 효과는 즉각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지자체들이 ‘노선 유지’ 대신 ‘이동 보장’으로 정책 목표를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용 대상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고령자와 장애인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청소년과 임산부까지 포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공공형 택시를 운영하고, 충남 아산시는 임신·출산모도 100원 행복택시 이용 대상에 포함했다. 교통 정책이 단순한 이동 수단 제공을 넘어 생활 서비스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다만 제도가 확대될수록 재원 구조와 지속 가능성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지자체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고, 버스 노선 축소와 공공형 택시 확대 사이의 역할 분담 역시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교통체계 전반의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형 택시와 기존 버스 노선의 기능 중복, 예산 배분 문제를 두고 내부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홍성민 화성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 주민에게 공공형 택시는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서비스가 일시적 정책 실험에 그치지 않으려면 불안정한 재원 구조를 어떻게 보완할지, 제도적·법적 지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형 택시는 이미 여러 지역에서 ‘버스의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 흐름이 일회성 복지 사업에 머무를지, 지역 교통체계의 한 축으로 제도화될지는 재정 구조와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목표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함께 설계할지가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