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택시운전 자격시험 응시자가 5만202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와 고령화 속에서 은퇴·실직에 대비해 ‘일단 자격증부터 따두자’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개인택시 선호와 면허 가격 상승으로까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직 기사들은 수입 감소를 호소하며 통계와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도 드러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4년 택시운전 자격시험 응시자 수는 5만2025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2만7031명, 2021년 3만4893명, 2022년 4만832명에 이어 매년 증가세를 이어온 끝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응시자 증가의 배경에는 경기 둔화와 고령화, 그리고 고용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택시운전은 연령 제한이 없고, 별도의 전문 경력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자나 재취업을 고민하는 중장년층에게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선택지로 인식돼 왔다. 자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임금 일자리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자격증부터 따두자”는 심리가 확산됐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응시자 중 상당수는 자격증 취득 직후 바로 운전을 시작하기보다는, 실직이나 은퇴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개념으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단 관계자는 “자격증을 따 놓고도 당장 현장에 들어오지 않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불확실한 고용 환경 속에서 선택지를 넓혀두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응시자 증가가 곧바로 법인택시 인력 확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격증 취득자들 사이에서는 월급제 형태의 법인택시보다 개인택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제도 변화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줬다. 2021년부터 개인택시 진입 요건이 완화되면서, 비영업용 운전 경력자도 5년 무사고 조건을 충족하면 자격 취득 후 교통안전공단의 ‘양수 교육’을 거쳐 개인택시 면허를 양도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양수 교육은 처음에는 선착순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는 추첨제로 전환됐다. 그만큼 개인택시 진입을 노리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양수 교육 신청자만 7656명에 달했다. 교육 이수자 중 상당수가 실제 면허 양수로 이어지면서, 개인택시 면허 가격도 꾸준히 오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개인택시 면허는 2021년만 해도 8000만 원 전후에서 거래됐지만, 지난해 4월 1억 원을 넘어선 뒤 최근에는 1억1500만~1억6000만 원 선까지 형성돼 있다. 택시 공급은 지자체별로 총량이 묶여 있어 신규 진입이 제한되는 구조인 만큼, 개인택시를 하려면 기존 사업자에게 면허를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면허가 일종의 ‘자산’처럼 취급되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택시 선호가 커지는 이유로는 일정 수준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고, 근무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향후 여건이 바뀌면 면허를 다시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에서는 면허 가격 상승 자체를 기대한 ‘준투자’ 성격의 접근도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장의 체감은 통계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현직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승객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플랫폼 호출 확산과 이동 수요 변화 속에서 수입이 줄었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기사 고령화에 따른 안전 문제, 택시가 공공 교통수단으로서 맡아온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자격시험 응시자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택시업계의 인력난이 해소되거나 경영 여건이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격증 취득과 실제 운행 투입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고, 신규 유입의 상당 부분이 법인택시가 아닌 개인택시 쪽으로 쏠리는 구조 역시 업계 전반의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응시자 역대 최다’라는 수치는 택시업계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는 신호라기보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노후 대비 심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타난 하나의 단면에 가깝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자격증 수요 증가가 실제 서비스 공급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개인택시 면허 시장의 과열이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김남주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