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도가 처음으로 해외 도시철도를 직접 운영하는 시대가 열렸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왼쪽)과 라몬 앙 산 미구엘 그룹 회장이 22일 필리핀 마닐라 산 미구엘 본사에서 MRT-7 운영·유지보수 사업 계약 체결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코레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26년 개통 예정인 필리핀 마닐라메트로 7호선(MRT-7)의 운영·유지보수(O&M)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코레일 한문희 사장과 산 미구엘 그룹 라몬 앙 회장이 마닐라 산 미구엘 본사에서 서명했다. 대한민국 철도 역사상 해외 철도 O&M 사업을 직접 수주한 첫 사례다.
MRT-7은 필리핀 민간기업 산 미구엘 그룹이 건설 중인 도시철도로, 케손과 블라칸 사이 23km 구간에 14개 역이 운영될 예정이다. 코레일은 향후 10년간 사업을 수행하며 총 사업 규모는 발주처가 부담하는 원천세를 포함해 1,5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수주는 9년간 쌓아온 신뢰의 결실이다. 코레일은 2016년부터 MRT-7의 시스템 설계·건설 자문을 시작으로 O&M 컨설팅, 기관사·관제사 등 핵심인력 양성교육까지 단계적으로 협력을 이어왔다. 자문에서 직접 수행으로 역할을 격상하는 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코레일은 오는 7월부터 운영·유지보수 전문가 28명을 먼저 투입해 현지 직원들과 함께 내년 12월 개통을 준비한다.
이후 10년간 관제·운전·차량 등 분야별로 총 170여 명의 전문인력을 파견해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장기적으로 산 미구엘이 독립적인 철도 운영사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 사업에는 열차 운영과 유지보수 외에도 시험시운전 등 개통 준비, 정비 부품 조달, IT 시스템 구축까지 철도 종합 O&M 전 분야가 포함된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수주에 그치지 않는다. 코레일은 이번 협력을 발판 삼아 필리핀의 남북통근철도 O&M 사업 민간개방과 도시철도 1·2·3호선 O&M 사업도 산 미구엘과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약 1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필리핀 전체 철도 시장에서 K-철도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코레일은 2007년 해외 진출을 시작한 이후 교류·연수, 건설·기술자문, O&M 자문을 거쳐 이번에 O&M 직접 수행 단계까지 올라섰다. 이번 필리핀 사업을 포함한 누적 수주액은 약 5,500억 원이며, 현재 전 세계 7개국에서 15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한국철도가 사상 최초로 해외 철도 운영과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하는 의미 깊은 사업인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도회사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탄자니아, 몽골 등 글로벌 철도 운영·유지보수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