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사모펀드 논란은 지분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지배적 이동 플랫폼의 소유 구조가 바뀔 때 수수료·배차·가맹 질서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카카오 노조가 카카오모빌리티 사모펀드 매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카카오지회)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가 1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단순한 감정적 반발이 아니었다. 노조는 사모펀드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취득과 산업은행의 관련 투자 검토를 함께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경영권을 넘기는 방식의 매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재무적 투자자(FI) 구성 조정 방안이 주주 사이에서 거론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표면적 노사 갈등 뒤에 자리 잡은 것은 투자 회수 시점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충돌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주 구조를 보면 긴장의 이유가 읽힌다. 카카오가 약 57%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계 사모펀드 TPG가 약 14~24%, 칼라일이 약 6%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FI 자금은 대체로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해 유입됐다. 통상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주기가 5~7년 안팎임을 감안하면, 2025년은 엑시트 압박이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IPO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주 매각이나 투자자 교체가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카카오T가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한 1위를 넘어선다. 스마트폰 기반 호출 시장에서 사실상 대체재가 없는 수준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국 택시 기사 약 27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카카오T를 주요 영업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블루·벤티·블랙 등 가맹 브랜드 택시도 수만 대 규모로 운영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연간 매출은 2023년 기준 6000억 원대 중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같은 해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시장에서 거론된 기업가치는 한때 7조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동 플랫폼의 구조적 특수성이 이번 논란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플랫폼과 가맹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만큼, 배차 알고리즘 조정 하나가 가맹 기사와 일반 기사 사이의 영업 구도를 바꿀 수 있다. 수수료 체계, 광고성 배차 상품, 가맹 확대 속도 같은 변수들도 모두 경영 의사결정 영역에 속한다. 소유 구조가 달라질 때의 현장 파급력이 콘텐츠나 광고 플랫폼과 비교할 수 없이 큰 이유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 직접적이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영 중인 최모씨는 "카카오T 없이는 사실상 영업이 안 된다. 배차 횟수가 수입과 직결되는데, 시스템이 바뀌거나 수수료가 오르면 기사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주인이 누가 되든 결국 그 비용은 기사한테 넘어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가맹택시를 운영하는 허모씨도 "가맹 계약 조건이나 수수료 구조가 한 번 바뀌면 수백, 수천 대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투자자가 교체된다는 뉴스만으로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외 이동·서비스 플랫폼의 선례는 이 우려에 근거를 더한다.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은 2021년 나스닥 상장 이후 수익성 압박이 강해지면서 드라이버 인센티브를 줄이고 서비스 수수료를 인상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있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배달의민족은 2019년 이후 입점 수수료와 광고 정책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며 자영업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두 사례의 업종과 구조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시장 지배력이 굳어진 뒤 소유 구조가 바뀔 때 비용이 공급자 쪽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플랫폼 경제를 연구해 온 학계에선 이번 사태를 예견된 수순으로 읽는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기획담당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 시장에 들어올 때는 수수료도 낮고 기사들한테 혜택도 많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투자자가 바뀌면 수익을 더 뽑아내야 하는 구조가 되는 건데, 그 압박이 결국 수수료나 배차 조건으로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게 현장의 공통된 걱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이 문제가 단순한 민간 기업 경영권 분쟁으로 끝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카카오T는 이미 교통 인프라에 준하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서다. 심야 시간대 호출이나 외곽 지역 배차처럼 수익성이 낮은 구간의 서비스 품질 유지, 장애인·노약자 대상 특수 운송의 지속 여부 등은 경영 효율화 압박이 강해질수록 가장 먼저 구조 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노조가 단순한 고용 불안을 넘어 플랫폼 공공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정대 카카오지회 사무장은 "카카오T는 이제 단순한 호출 앱이 아니라 기사 영업 방식과 이용자 이동 패턴을 좌우하는 인프라에 가깝다"며 "지배구조나 경영 기조가 달라지면 수수료 체계와 가맹 정책 등 시장의 작동 방식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배구조 향방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드러낸 구조적 긴장은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장기에 수혈된 사모펀드 자금이 회수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출구를 찾을지, 그 과정에서 공익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의 운영 원칙을 어떻게 정의하고 제도적으로 보호할지는 한국 플랫폼 산업 전체가 마주한 과제다. 카카오모빌리티 사태는 그 질문이 이미 현실의 문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