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시시장은 전기차 전환 흐름이 뚜렷해졌지만, 실제 현장에선 여전히 LPG 세단이 중심축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등록된 택시 가운데 절반가량이 현대자동차 LPG 쏘나타에 몰리면서, 전기택시 확산과 별개로 영업용 차량 선택의 기준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서울 시내에서 승객을 태우는 소나타 택시. (사진=교통일보)17일 차량 데이터 분석업체 카이즈유데이터랩 집계를 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1년 동안 국내에 새로 등록된 택시는 4만6511대였다. 이 가운데 현대차 8세대 LPG 쏘나타는 2만2267대로 가장 많았다. 전체 신규 택시 등록의 47.9%다. 사실상 최근 1년간 택시시장에 들어온 차량 2대 중 1대가량이 LPG 쏘나타였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국내 택시시장의 무게중심이 여전히 LPG 중형 세단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해도 실제 영업 현장에선 검증된 차종이 더 강한 선택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택시업계에선 연료비와 정비비, 차량 가격, 운행 안정성을 함께 따지면 LPG 세단이 여전히 가장 무난한 선택지라는 평가가 많다.
쏘나타는 일반 승용 수요와 택시 수요를 함께 떠받치는 구조도 드러냈다. 같은 기간 판매된 전체 쏘나타는 6만4462대였고, 이 가운데 택시용 모델 비중은 34.5% 수준이었다. 쏘나타 판매량의 적지 않은 몫을 택시시장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택시용 쏘나타는 단순한 영업용 특수차가 아니라, 차종 전체 판매 흐름에도 영향을 주는 핵심 수요층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쏘나타 다음으로 많이 선택된 차량은 기아 K5였다. 최근 1년간 8030대가 택시로 등록됐다. 이어 현대 그랜저 4301대, 현대 아이오닉5 2883대, 기아 스포티지 2586대, 기아 K8 1834대, 기아 EV6 1366대 순으로 집계됐다. KGM 토레스와 현대 아이오닉6 등도 일부 포함됐다. 전기차 차종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점은 분명 눈에 띄지만, 시장 전체 비중을 놓고 보면 아직 LPG 세단의 벽이 높다.
전기택시가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과 전기택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은 다르다.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같은 차종이 통계에 잡히기 시작한 것은 전동화 흐름이 택시업계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실제 등록 대수는 여전히 내연기관 기반 LPG 차량을 단숨에 밀어낼 수준은 아니다. 상징적인 변화는 시작됐지만, 구조적인 전환으로 보긴 이르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택시 차량 시장은 일반 승용차 시장보다 변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영업용 차량은 일정 기간 운행한 뒤 교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새 기술이나 새 차종이 등장했다고 곧바로 시장 전체 구성이 바뀌지 않는다. 기존 차량의 교체 주기와 기사들의 수익 계산이 맞물려야 변화가 본격화한다. 택시시장에서 ‘새 차가 나왔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차가 돈이 되느냐’는 판단이다.
전기택시 확대가 더딘 가장 큰 이유로는 초기 비용과 운행 환경이 꼽힌다. 전기차는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충전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택시는 하루 운행시간이 길고 회전율이 수입과 직결된다. 충전에 묶이는 시간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충전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라면 이 문제는 더 커진다. 결국 전기차의 경제성은 단순한 전기요금 절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역별 격차도 적지 않다. 도심처럼 충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곳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의 판단 기준도 엇갈린다. 법인택시는 차고지 중심의 충전 관리가 가능할 수 있지만, 개인택시는 기사 개인이 충전 동선과 시간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같은 전기택시라도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운행하느냐에 따라 체감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LPG 차량의 강점은 여전히 분명하다. 충전 대기 시간이 없고, 익숙한 정비 체계를 갖췄으며, 장시간 운행에서도 운영 리듬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 기사들 입장에선 차량 선택이 친환경 상징보다 매일의 수익성과 피로도 문제에 더 가깝다. 전기차 전환이 시대 흐름이라 해도 현장에선 당장 오늘의 영업 효율이 더 절실하다.
현대차도 이런 수요를 반영해 올해 3월 택시 전용 모델인 ‘2025 쏘나타 택시’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호출 앱, 내비게이션, 미터기, 운행기록 기능을 하나의 12.3인치 화면 안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현대 TV 플러스’도 넣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팔지 않는 택시 전용 모델이며, 시작 가격은 2595만 원이다. 제조사 역시 택시시장의 주력 수요가 여전히 LPG 세단에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편창대 고양특례시 개인택시조합장은 “전기차 택시가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장에선 아직 LPG 세단 선호가 강하다”며 “차량 가격, 충전 시간, 충전 인프라 접근성까지 따져보면 장시간 운행하는 기사들이 안정적인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는 일반 승용차보다 운영비 구조에 민감해 차량 선택 기준도 훨씬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