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으로 재편된 택시 호출 시장이 다시 전화와 오프라인 접점으로 넓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114 대리 호출과 편의점 협업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의 호출 접근성을 보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만 호출 경로가 다양해질수록 배차 운영의 일관성과 책임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지가 새 과제로 떠오른다.
서울 도심 도로를 주행 중인 카카오택시. (사진=교통일보)
카카오모빌리티는 114 전화 대리 호출을 운영 중이며, 편의점을 호출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수렴되던 택시 호출 구조가 전화와 오프라인 채널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택시 호출 시장은 지난 몇 년 사이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호출과 배차, 결제, 이동 경로 확인까지 하나의 앱 안에서 처리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이용 편의성은 크게 높아졌다. 카카오T를 비롯한 플랫폼 서비스는 이런 변화를 주도하며 사실상 호출 시장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하지만 앱 중심 구조가 모든 이용자에게 편리했던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 활용이 어려운 이용자에게는 앱 설치부터 회원 가입, 결제 수단 등록까지가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됐다. 길에서 택시를 잡기는 점점 어려워졌는데, 앱 호출도 쉽지 않다는 불만이 이어진 배경이다.
114를 통한 대리 호출은 이런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이용자가 02-114에 전화로 출발지와 목적지 등 이동 정보를 전달하면 상담원이 대신 호출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차량이 배차되면 차 번호와 도착 예상 시각을 안내받게 된다. 서비스는 평일 주간 시간대에 운영되며, 현재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서울인 경우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편의점을 활용한 호출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협력해 편의점 점포를 오프라인 호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모델이다. 이용자가 점포에서 직원에게 요청하면 택시 호출을 도와주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 서비스는 아직 시행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협력 단계다.
주목할 점은 호출 창구가 달라져도 실제 배차와 운행은 기존 플랫폼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화나 편의점은 호출의 문턱을 낮추는 접점일 뿐, 배차 로직과 운행 관리, 결제 구조 자체는 기존 플랫폼 체계를 따른다. 결국 플랫폼의 중심성은 유지하되, 그 바깥에 있던 이용자까지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변화는 디지털 포용이라는 과제와 맞닿아 있다. 기술 기반 서비스가 일상을 빠르게 바꾸는 동안,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는 오히려 서비스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져 왔다. 이동 서비스는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디지털 접근성 격차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로서도 호출 유입 경로가 늘어나는 점은 반길 만하다. 특히 앱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 수요를 다시 호출 시장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다만 전화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호출이 일반 앱 호출과 같은 조건으로 운영되는지, 수수료 체계에 차이가 있는지 등은 더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운영 과정의 책임 구조도 과제다. 편의점 직원이 어디까지 호출을 도와야 하는지, 호출 실패나 목적지 입력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결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떤 절차로 처리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전화 대리 호출 역시 상담 과정에서 정보가 잘못 전달됐을 경우 책임 주체를 어떻게 나눌지 따져봐야 한다.
회사 측은 디지털 취약계층도 플랫폼 호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접점을 계속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디지털 취약계층도 보다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 방식을 마련하고 있다”며 “플랫폼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때 앱 하나로 수렴되던 택시 호출 시장은 이제 다시 여러 입구를 만드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술은 중앙으로 모이지만 이용자의 현실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플랫폼의 경쟁력은 더 많은 기능을 넣는 데만 있지 않다. 앱 밖에 있는 사람까지 태울 수 있느냐가 다음 기준이 되고 있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