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투석을 받던 버스기사를 직장에서 내몬 2,400원짜리 판결이,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검증의 핵심 쟁점으로 10년 만에 불꽃을 튀기고 있다.
2014년 4월, 전주에서 서울을 오가는 시외버스를 17년째 몰던 이희진 씨는 느닷없이 직장을 잃었다. 승객 4명에게서 받은 차비 4만6,400원 중 2,400원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 해고 사유였다. 당시 이씨는 신장투석을 받고 있었다. 투병 중에 생계마저 무너졌고, 이후 재취업도 여의치 않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공영옥 조직국장은 "버스기사들이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17년 무결점 경력에 비추어 2,400원 부족분으로 해고하는 것은 징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2017년 1월 항소심은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함 후보자가 재판장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2,400원 미납을 단순 착오가 아닌 고의적 행위로 보고, 단체협약상 해고 사유인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횡령 액수가 소액이라도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이며 "기본적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씨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판결 내용만큼이나 파장을 키우는 대목이 따로 있다. 당시 같은 회사에서 운임을 온전히 납부하지 않은 기사가 이씨 외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니었던 이 기사들에게는 1개월 감봉이나 정직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이 내려졌다. 노조 측은 이씨가 민주노총으로 조합을 옮긴 직후 사측이 버스 내부 CCTV를 뒤져 빌미를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표적 해고라는 의혹이다. 법원은 이 정황을 판결 이유에서 사실상 도외시했다. 단체협약의 문언이 판단의 중심을 차지한 탓이다.
이 구도는 3년 앞선 사건과 닮아 있다. 2010년 전북 지역 A 운수사에서 잔돈 800원을 납부하지 않아 해고된 버스기사 김씨 역시 민주노총 소속이었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잇달아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지만 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당시 재판장은 오석준 현 대법관이었다. 같은 지역, 같은 구조의 소액 횡령 해고 사건에서 유사한 결론이 반복된 셈이다. 반면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3,0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의 해고를 부당하다고 보는 판결을 확정한 바 있어, 판결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노동 전문가들은 단체협약을 해고의 자동 근거로 삼는 해석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다. 800원 해고 사건을 담당했던 이장우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단협 자체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출발해야 하는데, 단협을 기준으로 (쉽게) 해고를 해석한다는 자체가 우려스럽다"면서 "노사 관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근거로 소액 잔돈이라는 점, 관행으로 오인할 여지, 동종 징계 전례 부재 등을 열거했지만 법원이 이를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후보자 측은 2,400원 판결의 배경을 달리 설명한다. 잦은 횡령으로 경영 위기를 겪던 회사가 노사 합의를 통해 금액에 관계없이 횡령을 해고 사유로 명문화했고, 증인신문에서 노동조합장마저 소액 횡령도 해고 사유가 맞다고 시인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가 선고 전 이씨 복직을 권고하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이씨가 이의를 제기하고 공개적으로 회사를 비난하면서 노사 신뢰가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2,400원이 아니라 사건 전체의 경과를 종합한 판단이었다는 취지다.
판결 논란이 불붙은 정치적 배경도 빠뜨릴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 후보자를 지명하자 국회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고 나섰다. 황정아 대변인은 "국회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 지역 시민단체들도 전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2,400원을 둘러싼 법리 공방이 법원 바깥의 정치 공간으로 번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2조가 규정한 근로권과 해고의 비례원칙이 맞부딪히는 사건을 끊임없이 다루는 기관이다. 단체협약 문언을 엄격히 따를 것인지, 노동자의 구체적 사정을 두텁게 고려할 것인지는 재판관의 가치관에서 갈린다. 그 방향성이 향후 헌재 노동 결정의 결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2,400원을 둘러싼 논쟁은 한 판결의 당부를 넘어 헌법재판소 구성 자체를 둘러싼 현재형 충돌이다.
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