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복지택시가 765개 농촌 마을의 사실상 유일한 이동수단으로 굳어지는 사이, 연간 100억 원대 보조금을 쏟아붓는 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도로에서 전기차 택시가 G버스와 나란히 달리고 있다. 버스 노선이 닿지 않는 농촌 마을을 연결하는 수요응답형 복지택시는 이제 농촌 주민의 사실상 유일한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경기 여주시 북내면 한 마을. 이른 아침 복지택시 호출 전화가 이어진다. 혼자 사는 박모(73) 씨는 두 달에 한 번 읍내 병원 통원 치료를 위해 이 번호를 누른다. "버스가 없어요. 예전엔 딸이 태워줬는데 이제 딸도 바빠서." 그는 1,000원을 낸다. 이 금액으로 가능한 이동이 세상에 또 있다면 그는 모른다. 복지택시가 끊기면 다음 선택지를 박씨는 떠올리지 못한다.
9일 경기도는 올해 수요응답형 복지택시 운영 마을을 지난해보다 4곳 늘린 76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버스 접근성이 낮은 읍·면·동 주민이 지역 버스 요금 수준인 1,000~2,0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나머지 운영 비용은 국비와 도비, 시·군비가 분담한다. 경기도에는 현재 경기복지택시(도비 지원), 공공형택시(국토교통부 지원), 농촌형택시(농림축산식품부 지원) 등 세 유형이 중앙부처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사업 규모는 5년 사이 두 배 이상 불어났다. 2020년 372개 마을에서 출발해 지난해 761개까지 확장됐고 올해 765곳에 이른다. 이용자도 같은 기간 약 두 배 늘어 지난해 8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투입 예산은 총 112억3000만 원이다. 경기복지택시에 도비 31억1600만 원, 공공형택시에 국비·시비 71억4200만 원, 농촌형택시에 국비·시비 9억6800만 원이 각각 배정됐다.
이 수치를 뜯어보면 공공 지원의 무게가 드러난다. 연간 총 예산 112억 원을 이용자 8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연간 세금 투입액은 1만4000원에 이른다. 이용자가 같은 기간 낸 돈이 회당1,000~2,000원임을 감안하면 이용자 부담과 공공 지원 사이의 간극이 상당하다. 이는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동권이라는 공익적 가치 위에 세워진 사업이지만, 그 구조가 보조금 의존을 심화시킬수록 재정 환경 변화에 취약해진다.
지역 택시 업계는 이 사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여주에서 개인택시를 운행 중인 김모(58) 씨는 "낮 시간에 빈 차 몰며 읍내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복지택시 콜 받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며 "한 달 운행의 절반 가까이가 복지택시"라고 전했다. "손님이 줄어드는 낮에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된다는 게 제일 크다"고도 했다. 승객이 필요한 시간에 호출해 타는 방식이어서 공차 운행 부담도 적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사업이 뿌리를 내린 데는 농촌 교통의 구조적 현실이 작용한다. 인구 밀도가 낮은 읍·면 지역은 정규 노선버스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정해진 시간표에 대형 버스를 투입해도 탑승객이 없어 공차 운행이 반복되는 구조여서다. 고령화가 이를 가속화한다. 스스로 운전하기 어려운 고령 주민 비중이 높은 이 지역에서, 병원 진료·장보기·관공서 방문 같은 생활 목적의 이동 수요는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지 않고 하루 종일 흩어진다. 기존 노선·시간표 기반의 버스 체계가 이 분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복지택시 확대의 배경이다.
경기도만의 흐름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농촌형 교통모델은 지난해 기준 전국 81개 군으로 확산됐다. 사업이 커질수록 '어디까지를 공공이 책임지느냐'는 경계의 질문도 함께 커진다. 경기도 복지택시는 중앙부처별로 나뉜 세 유형이 각기 다른 지침 아래 운영돼, 사업 간 중복 여부나 통합 관리 효율을 가늠할 공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이용자 수나 운행 마을 수는 늘어나는데, 실제로 꼭 필요한 주민이 적시에 이용하고 있는지, 지역별 운영 편차는 어느 수준인지 등 질적 지표가 공개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보조금이 늘면 사업지가 늘고, 사업지가 늘면 보조금이 더 필요한 구조가 자동 반복되는 것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지방 재정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특정 사업이 검증 없이 고착될 경우 다른 복지 예산을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일부 군 지역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은 중앙부처 보조금 덕분에 유지되지만, 매칭 비율이 바뀌거나 국비가 줄면 어느 마을을 먼저 축소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우려가 조용히 나돌고 있다.
김성환 경기도 택시교통과장은 "수요응답형 복지택시 확대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농촌과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며 "지역 교통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교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처럼 복지택시에 이동을 통째로 맡긴 주민이 765개 마을에 걸쳐 80만 명을 넘어선 지금, 이 정책의 무게중심은 이미 '얼마나 넓히느냐'에서 '어떻게 지탱하느냐'로 옮겨와 있다. 확장의 속도만큼 재정 관리와 운영 효율에 대한 공개적 검증이 뒤따르지 않으면, 복지택시가 진짜 '최후의 이동수단'이 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