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시내버스 기사가 욕설을 퍼붓고,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고, 승객이 내리기 전에 출발하는 사건들이 20년 넘게 반복됐다. 전국 최초 '친절수당'이 이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현장은 아직 조심스럽다.
천안 시내버스. (사진=천안시)
천안시는 올해 1월부터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친절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 누리집과 전화, 국민신문고 등 여러 창구로 접수된 시민 칭찬을 근거로 친절 기사를 가려내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민원이 단 한 건이라도 달려 있으면 지급 대상에서 걸러진다. 이 기준에 따라 1월에는 1명, 2월에는 14명이 친절수당을 받았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제도 시행 이후 시민들의 반응도 현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원 창구에는 "기사의 인사 덕분에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거나 "어르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고 하차를 도왔다"는 칭찬 글이 올라오고 있다. 천안시는 친절수당과 함께 노후 버스 교체, 스마트 승강장 확대 등을 병행한 결과 시내버스 불만 민원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6%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가 반가운 만큼, 그 출발점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먼저 짚을 필요가 있다. 천안 시내버스를 둘러싼 서비스 논란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공식 민원 기록만 살펴봐도 문제의 깊이가 드러난다. 2015년 연간 450건이던 민원은 2016년 484건으로 늘었고, 2017년 상반기에만 253건이 접수됐다. 연간 450건은 하루 평균 1.2건 꼴이다. 시청 민원게시판에는 버스 관련 민원이 하루에 한 건 이상 올라오는 상황이 이어졌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천안과 불친절이 함께 뜨는 일이 반복됐다. 무정차 통과, 난폭운전, 승차거부, 기사의 욕설까지 민원 유형도 다양했다. 2020년에는 기사가 카드 결제 문제로 여성 승객에게 욕설을 퍼붓고 따라 내려간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이 문제의 배경을 기사 개인의 태도에서만 찾으면 본질을 놓친다. 구조적 여건이 불친절이 반복되는 환경을 만들어왔다는 것이 오랜 현장의 진단이다. 당시 한 버스 기사가 민원 기사 댓글에 남긴 글은 이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운행시간이 모자라는데 출퇴근 시간은 정말 답없습니다. 그러니 과속 안합니까. 과속하니 난폭운전, 무정차가 생기는 겁니다. 마음이 급하니 불친절도 생기고요." 배차 압박과 정시 운행 강요, 부족한 휴식이 기사의 감정 노동 여건을 갉아먹는 상황이 수십 년째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안은 다른 지자체들이 진작 도입한 운수종사자 1일 2교대제를 2024년에야 논의를 시작했을 만큼 근무 여건 개선이 뒤처져 있었다.
재정 구조도 문제의 한 축이다. 천안시는 360대 버스에 연간 140억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버스 한 대당 약 3800만원 수준이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청주시는 389대에 대당 6100만원을 지원한다. 천안의 대당 지원액이 청주의 60% 수준에 그치는 구조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버스 회사들이 서비스 개선에 투자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시 관계자도 당시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보조금이 적게 지급되고 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이런 배경에서 도입된 친절수당이 얼마나 효과적인 처방인지에 대해서는 현장 목소리가 엇갈린다. 친절수당을 받은 한 기사는 "동료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며 "칭찬 한 번이 욕 열 번보다 힘이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기사는 "50만원이 동기 부여가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배차 시간이 촉박한 건 그대로인데 친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수당보다 운행 여건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상화 선진상운 상무도 같은 맥락을 짚는다. "친절수당이 기사들에게 일정 부분 동기 부여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버스 서비스 문제는 장시간 운전과 촉박한 배차 간격 같은 근무 환경과도 연결돼 있어 인센티브 정책만으로 근본적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효과 검증도 아직 이르다. 두 달 동안 친절수당을 받은 기사가 합계 15명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가 아니다. 또한 20.6%의 민원 감소가 친절수당의 성과인지, 노후 버스 교체나 스마트 승강장 확대의 효과인지, 아니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지 분리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친절수당의 성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타 지역 사례를 보면 인센티브보다 구조 개편이 더 강력한 처방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전시는 2005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연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하며 148개 전 노선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시가 노선·배차·요금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 덕분에 정시율 85%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노후 차량 비율을 5% 미만으로 낮추며 운수종사자 1일 2교대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천안시는 현재 연 493억원을 시내버스에 투입하고 있지만 민영 사업자 중심의 자율 운영 구조가 유지된 채 보조금만 투입되면서 핵심 민원인 배차 지연과 무정차 관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시도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023년 보성여객·삼안여객·새천안교통 등 시내버스 3사와 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2월 준공영제 도입 및 실행방안 수립 최종보고회에서 운수종사자 1일 2교대제 단계적 도입, 표준운송원가 산정, 공공 관리·감독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보다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이정범 대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성과 중심의 지원체계와 효율적 노선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고, 장정아 아주대 교수는 "회계공유시스템 등 제도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종 천안시 대중교통과장은 "친절한 대중교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도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며 "시민 의견을 반영해 시내버스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친절수당은 천안 버스 역사에서 의미 있는 첫 시도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인 오명을 씻으려면 50만원짜리 당근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사의 태도를 바꾸려면 기사가 친절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배차 구조와 근무 여건, 재정 지원 방식이 함께 달라지지 않으면 친절수당은 좋은 뜻의 캠페인으로 기억될 뿐, 천안 버스에 쌓인 불신의 무게를 들어 올리기는 어렵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