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공 영역에서만 활용되던 교통카드 빅데이터가 민간에 처음으로 열렸다. 이용자 이동 패턴을 담은 고부가가치 데이터를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교통 서비스 혁신의 새 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서울 지하철역 교통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하며 시민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1일부터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보안이 갖춰진 '데이터안심구역'을 통해 민간 주체도 교통카드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가공·활용할 수 있는 길이 처음으로 트인 것이다.
교통카드 데이터는 대중교통 승·하차 시각과 장소, 이용 패턴 등을 담고 있어 신규 버스노선 도입이나 교통정책 수립에 핵심 자료로 쓰여 왔다.
그러나 현행 대중교통법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민간에는 집계·가공된 형태로만 제공됐다. 이 규제를 풀기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승인했고, 이를 토대로 이번 개방이 이뤄졌다.
데이터 분석은 현재 서울과 대전 두 곳에 설치된 데이터안심구역에서만 가능하다. 데이터안심구역은 데이터산업법에 따라 기술적·물리적·관리적 보안 장치를 갖춘 국가 지정 시설로, 인터넷과 분리된 독립 환경에서만 접속이 허용된다.
승인을 받은 이용자는 이 공간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되, 외부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분석 결과물뿐이다. 데이터 자체는 구역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 장치도 촘촘하게 설계됐다. 제공되는 데이터는 암호화된 상태이며,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카드번호는 가상번호로 대체된다. 분석을 원하는 기업이나 연구자는 데이터안심구역 신청 포털에서 회원가입 후 이용신청서를 작성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토부가 이번 개방에 거는 기대는 크다. 교통카드 데이터를 활용하면 특정 시간대와 노선의 이용 수요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 서비스 설계나 전동킥보드·공유자전거 같은 공유 모빌리티와의 연계 서비스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공급자 관점의 집계 지표만 민간에 돌아갔지만 앞으로는 이용자 수요에 더 가까운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엄정희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교통카드 데이터는 사람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통행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데이터"라며 "민간 역량을 활용해 대중교통 이용자가 원하는 지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다양한 신규 서비스 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6년 12월까지 데이터안심구역을 통한 개방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용자 만족도 조사와 활용 사례 분석을 병행할 예정이다. 운영 결과를 토대로 필요할 경우 대중교통법 개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교통카드 빅데이터 개방이 단순한 데이터 공유를 넘어 민간의 창의적 서비스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이용자 중심의 대중교통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