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는 2008년 10월 1일부터는 평일을 포함, 1년 365일 시행되고 있다. 지난 1994년 5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제 시민공청회를 시작으로 그 해 8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고 1995년 2월 4일부터 경부고속도로 상행선과 하행선 일부 구간에서 주말과 명절 위주로 전격 시행된 바 있다.
현재 버스전용차로제를 위반하는 얌체운전자들의 수는 상당히 많다. 고속도로가 꽉 막힐 때 버스전용차로를 보고 있자면 울화통이 터진다. 현재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보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통행가능 차량은 '대형승합차를 포함하여 9인승 이상 승용자동차 및 승합자동차(승용자동차 또는 12인승 이하의 승합자동차는 6인 이상이 승차한 경우에 한한다)'이다.
그런데 실제는 12인승 스타렉스에 2명이 타고(운전자 1명과 조수석 1명), SUV차량에 운전자 한 명이 탔을 때도 이들은 유유히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하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이용적격 차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량 안에 탑승한 사람 수를 가지고 위반 차량을 적발 할 수 있을까?
현재 시행되는 방법은 경찰차량의 무작위적 고속도로 순환과 소수의 감시 카메라로 위반 단속 중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방법으로는 외관상의 버스전용차선 이용 적합성 여부(통행 가능한 차종인지 아닌지)에 따른 위반 적발만 가능하지 차량 안의 탑승자 수로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감시카메라 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지만 문제는 설치 위치다. 속도위반차량 적발 카메라처럼 공중에 설치 해서는 그 안의 사람 수를 식별 할 수가 없다. 중요한 건 적합한 차량이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하느냐가 아니라 적합한 수의 탑승자를 태우고 있는 차량이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하느냐 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카메라를 공중이 아닌 옆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교통공학 전문가의 감수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카메라를 옆에 설치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차량 안의 탑승자 수를 식별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연구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8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암 골딩의 ‘파리대왕’이라는 책은 인간의 성악설을 전제로 인간본성의 결함에서 사회의 결함의 근원을 찾는 내용이다. 파리대왕은 무인도에 고립된 아이들을 이야기 한다. 고립된 아이들은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간다.
섬에서 ‘구출되기를 원하는’ 랄프와 섬에서 ‘그저 안정되고 배부르고 따스하기를 원하는’ 잭의 의견차이에서 비롯되어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섬에서 구출되기 위해 불을 피우고 그 불을 돌아가며 꺼지지 않게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불을 지키는 일보다 돼지를 잡아 배부르게 먹는 일이 더 중요해 졌다.
그래서 잭과 아이들은 돼지를 찾아 나섰고, 결국 불은 꺼졌다. 내가 파리대왕 내용을 언급하는 이유는 감시체계가 없는 인간사회는 결국 사회적 결함을 낳는 다는 얘기가 하고 싶어서 이다. 인간 본성은 불 보다는 당장의 돼지잡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버스전용차로제의 성공적인 평일 확대 시행과 그 효율성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감시체계와 그 방법도 확대 및 다양하게 고안 되어야 한다. 확대 시행 실시 후 ‘국민들 알아서 잘지키겠지’라는 생각은 분명 확대 시행의 폐해를 가져 올 것이다.
끝으로 필자도 대략 6번 정도 고속도로가 꽉 막힐 때 버스전용차선을 타고 신나게 달린 적이 있다. 물론 단 한번도 걸린 적이 없다. 감시체계가 워낙 소홀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버스전용차선으로 달린 이유는 나도 화가 났기 때문이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누구는 뚫릴 때까지 브레이크 밟고 있고, 버스전용차선로에서는 버젓이 앞서 언급한 한 두 명 밖에 탑승하지 않은 스타렉스(봉고차)와 SUV가 쌩쌩 지나갔다. 어디 그뿐인가? 이상하게도 버스전용차선제를 위반하는 승용차량 중의 대부분은 고급차량(외제차 등)이 많았다. ‘저 사람들 중 사회지도층도 꽤 있을 텐데 저렇게 차선 위반에 앞장 서다니…’ ‘딴 사람들 그러니까 나도!' 라는 생각으로 나도 위반했다. 법의 단속을 벗어나 규칙을 지키느냐 어기느냐는 사실 본인 양심 문제 이다. 본인 스스로가 본인의 도덕적 고결함을 지키느냐 버리느냐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